김종철 신임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취임 후 첫 공식 행보로 전국 경찰 지휘부를 소집해 조직 전반에 대한 개혁에 착수했다. 최근 장윤기 사건과 제주 실종사건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범죄 대응부터 수사 체계, 내부 통제와 조직문화까지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김 대행은 3일 오전 국가수사본부장과 전국 시도경찰청장 등 주요 지휘부가 참석한 전국 경찰지휘부 회의를 주재했다. 경찰 고위직 인사가 단행된 뒤 처음 열린 지휘부 회의다.
김 대행은 "이번 지휘부 전면 교체를 기점으로 무너진 국민 신뢰를 다시 세우기 위한 근본적 쇄신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 조직을 다시 설계한다는 각오로 기본부터 개혁하겠다"며 최근 잇따라 발생한 사건에서 경찰의 대응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먼저 짚었다.
그는 장윤기 사건과 제주 실종 은폐 사건을 직접 언급했다.
김 대행은 "최근 장윤기 사건과 제주 실종 은폐 사건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며 "저를 비롯한 지휘부 모두가 사건의 원인을 철저히 확인하고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을 믿어도 되느냐'는 국민의 질문에 책임 있게 답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별도의 "경찰개혁추진단"을 출범시켜 조직 쇄신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단순히 개별 사건의 담당자를 문책하는 수준을 넘어 사건 처리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난 구조적 문제까지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김 대행은 "범죄 대응 방식부터 시스템과 구조적 문제, 경찰에 대한 통제, 조직문화까지 원점에서 재점검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실종사건 처리 체계가 주요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최근 제주에서는 실종 신고를 접수한 경찰관이 실제 수색과 확인 절차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의 실종자 관리체계와 내부 보고 과정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이 사건은 일선 경찰관 개인의 업무 처리 문제를 넘어 지휘·감독 책임으로 확대됐다. 지난 1일 단행된 경찰 고위직 인사에서는 치안정감 승진자로 내정됐던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이 승진 보직을 받지 못하고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장으로 이동했다.
경찰청은 당시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 가운데 14명을 교체했다. 치안감 직위 전체의 교체 비율도 81%에 달했다. 지역 유착을 차단하기 위해 시도경찰청장에 연고지 근무를 배제하는 "향피제"도 전면 적용했다.
김 대행은 이 같은 지휘부 교체를 조직 개혁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입장을 이날 회의에서 분명히 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검찰청 폐지에 대비한 수사 체계 정비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검찰청 폐지 이후 경찰이 담당해야 할 수사 영역과 책임이 커지는 만큼 현재의 수사 역량과 사건 처리 체계로 변화된 형사사법 구조에 대응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행은 "수사 역량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경찰 수사 전반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범죄피해자 보호와 지원 체계 역시 한층 강화하겠다고 했다.
김 대행은 지난 1일 경찰 고위직 인사를 통해 경남경찰청장에서 치안정감인 경찰청 차장으로 이동했다. 경찰청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경찰청장 직무대행까지 맡으면서 조직 쇄신과 검찰청 폐지 이후 수사체계 전환을 동시에 지휘하게 됐다.
경찰이 개혁추진단까지 별도로 출범시키기로 한 만큼 앞으로의 핵심은 개별 사건에서 확인된 문제를 실제 제도 변화로 연결하는 데 있다. 장윤기 사건과 제주 실종사건을 계기로 대규모 지휘부 인사까지 단행된 상황에서 사건 처리와 보고·감독 체계가 현장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이번 쇄신의 첫 시험대가 됐다.
백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