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9억원으로 낮추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지난달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지 29일 만이다. 비거주 1주택자는 현행과 같은 12억원을 공제받고, 보유세가 전년보다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막는 세 부담 상한도 150%로 유지된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종합부동산세법과 소득세법 등 11개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정부안은 3일 국회에 제출돼 정기국회 심사를 받는다.
정부가 지난달 3일 내놓은 세제개편안은 주택 수뿐 아니라 실제 거주 여부를 종부세 산정에 적극 반영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당초 정부는 실거주 1세대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현행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이는 대신 해당 주택에 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는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그러나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반발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최종안을 수정했다.
확정된 정부안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12억원으로 되돌렸다.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14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은 예정대로 추진한다.
이에 따라 같은 1주택자라도 실거주자는 14억원, 비거주자는 12억원의 기본공제를 적용받게 된다. 당초 정부가 제시했던 14억원과 9억원의 격차가 2억원으로 줄었다.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에 대한 공제도 조정됐다.
정부는 당초 비거주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1인당 4억원으로 낮추려 했다. 최종안에서는 이를 1인당 6억원으로 올렸다. 부부 합산으로는 12억원까지 공제받는다. 실거주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는 현행과 같은 1인당 9억원, 부부 합산 18억원의 공제를 적용받는다.
세 부담 상한도 원래 수준으로 돌아갔다.
정부는 지난달 세제개편안에서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친 보유세가 전년도보다 늘어날 수 있는 한도를 현행 150%에서 200%로 높이려 했다. 그러나 최종 정부안에서는 150%를 유지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전년도에 세 부담 상한 적용 전 기준으로 보유세가 1000만원이었다면 당초 개편안에서는 최대 2000만원까지 늘어날 여지가 있었지만, 수정안에서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1500만원을 상한으로 적용하는 구조다.
정부가 한발 물러섰지만 종부세 강화 기조 전체가 철회된 것은 아니다.
과세표준을 계산할 때 사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행 60%에서 올라간다. 1세대 1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밖 1·2주택자는 2027년부터 70%를 적용하는 방안이 정부안에 포함돼 있다. 3주택 이상 또는 조정대상지역 주택 보유자는 2027년 70%에 이어 2028년 80%까지 높아진다. 다만 조정대상지역의 1세대 1주택자는 70%가 적용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올라가면 같은 공시가격과 기본공제를 적용받더라도 실제 종부세 과세표준은 커진다.
고가주택에 대한 세 부담도 강화되는 구조다. 정부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실거주 1주택자의 경우 시가 20억원 안팎까지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고, 시가 20억~30억원대 주택의 부담은 줄이되 40억~50억원을 넘어서는 고가주택에는 세 부담이 증가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번 수정안을 "종부세 완화"로만 보기는 어렵다.
시장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의 급격한 세 부담 증가가 완화됐지만 내년 보유세 자체는 올해보다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면적 84㎡를 비거주 1주택자가 보유한 사례를 분석한 결과, 당초 개편안보다는 세금이 줄어들지만 공정시장가액비율 등의 변화로 올해보다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계산도 제시됐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를 별도로 과세하려 했던 방안은 직장 이동이나 자녀 교육, 임대차 계약 등으로 자기 집에 살지 못하는 1주택자까지 투기성 보유와 같은 기준으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을 불렀다.
여당에서도 수정 요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고위당정협의 과정에서 1주택자에 대한 거주·비거주 구분을 완화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직장 변경과 전근뿐 아니라 육아·양육, 가족 돌봄 등 실제 거주하기 어려운 사유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정부는 "입법예고 및 부처협의 과정에서 제기된 사항을 반영했다"고 수정 배경을 설명했다.
ISA 개편안도 함께 수정됐다. 정부는 계약기간을 최대 5년으로 제한하려던 방안을 철회해 현행처럼 3년의 의무가입기간 이후 만기를 계속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하지 않은 연간 납입한도 역시 다음 해로 이월할 수 있도록 현행 제도를 유지한다. 청년형 ISA와 청년미래적금의 중복 가입도 허용하기로 했다.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9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은 한 달 만에 철회됐지만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과 고가주택 과세 강화는 정부안에 남았다. 결국 이번 종부세 개편의 실제 부담은 "거주 여부"만이 아니라 공시가격과 주택 가액, 공동명의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지게 됐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이 같은 차등 과세 구조를 어디까지 유지할지가 다음 쟁점이다.
정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