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공공기관 11곳을 줄이는 구조조정에 착수한다. 노인복지와 장기·조직 기증, 첨단의료산업, 의약품·식품안전 분야에서 기능이 겹치는 기관을 합치거나 다른 기관으로 기능을 넘기는 방식이다. 통합 대상으로 검토됐던 한국한의약진흥원은 최종 개편 대상에서 빠졌다.
정부는 3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전체 공공기관 가운데 109개를 감축해 유사·중복 업무를 정리하고 기관별 기능을 재편하는 것이 핵심이다.
보건복지부 산하에서는 12개 기관이 개편 대상에 올랐다. 이 가운데 10곳을 4개 기관으로 통합·재편하고 2곳은 공공기관 지정요건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산하 공공기관 수를 8개 줄인다.
먼저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을 합쳐 가칭 "한국노인복지개발원"으로 재편한다. 노인 일자리와 사회활동 지원을 담당하는 기능과 장사정책 지원 업무를 한 기관에 모으는 방식이다.
장기와 조직 기증 관련 기관도 통합한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한국공공조직은행,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을 묶어 가칭 "국가생명나눔원"을 설립한다.
현재 여러 기관으로 나뉜 장기·조직 기증과 관리, 생명윤리 관련 업무를 하나의 기관으로 재편해 업무 연계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조직 구성과 기능 배분은 후속 개편안을 통해 정한다.
재생의료진흥재단과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은 별도 기관으로 유지하지 않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으로 기능을 넘긴다. 이에 따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업무 영역은 기존 보건산업 육성·지원에서 재생의료와 화장품 분야까지 확대된다.
지역별로 나뉘어 운영되던 첨단의료산업 지원기관도 하나로 합쳐진다.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과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을 통합해 가칭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으로 재편한다. 두 지역의 연구개발과 실증, 기업지원 기능을 하나의 체계로 묶고 연구시설과 장비 등 인프라의 공동 활용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두 재단의 통합은 기관 하나를 없애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별로 구축해온 연구시설과 기업지원 체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정부는 사업화 지원체계를 함께 구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조직 배치와 지역별 기능 분담은 후속 논의에서 결정된다.
한국실명예방재단과 한국간호교육평가원은 통폐합 대신 공공기관 지정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정비한다.
당초 개편 가능성이 거론됐던 한국한의약진흥원은 이번 최종안에서 빠졌다. 한국한의약진흥원의 기능을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통합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독립 기관 체계를 유지하게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기관도 대폭 줄어든다. 개편 대상 5개 기관을 2개로 통합해 현재보다 3개를 감축한다.
의약품 분야에서는 백신안전기술지원센터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하나로 합친다. 통합 기관의 명칭은 가칭 "한국의약품안전공단"이다.
백신 안전기술 지원과 의약품 안전관리, 희귀·필수의약품 공급 지원 등으로 나뉘어 있던 기능을 한 기관에 모아 의약품 안전관리 체계를 일원화하는 방식이다.
식품 분야에서는 식생활안전관리원과 식품안전정보원을 가칭 "식품안전정책개발원"으로 통합한다.
급식 현장의 위생·영양관리 업무와 식품안전 정보 수집·분석, 정책연구 기능을 연결한다. 정부는 현장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식품안전 정책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조직을 재설계한다는 방침이다.
기관 통합이 곧바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복지부와 식약처가 기관별 기능개혁 방안을 별도로 마련한 뒤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관련 법률에 근거해 설립된 기관은 국회의 법률 제·개정 절차도 필요하다.
조직과 인력 배치, 통합 기관의 소재지와 세부 업무 역시 이 과정에서 결정된다. 정부는 기관별 상황에 따라 통합 시기를 정하고 업무가 중단되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개편을 진행할 계획이다.
통폐합 과정에서 직원들의 고용은 원칙적으로 승계한다. 정부는 임원을 제외한 기존 직원의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통합으로 직원 처우가 낮아지지 않도록 보수체계를 운영하기로 했다. 기존 기관별 복리후생 수준 등을 고려한 지원 방안도 검토한다.
이번 개편으로 복지부와 식약처 산하에서만 모두 11개 공공기관이 줄어든다. 그러나 실제 개혁의 범위는 기관 숫자를 줄이는 것보다 통합 이후 기능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달려 있다. 특히 대구경북·오송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처럼 지역에 연구시설과 인력이 구축된 기관은 통합 이후에도 지역별 연구·기업지원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후속 개편 과정에서 다뤄질 쟁점이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