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의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을 비교한 결과, 유럽 기업들의 합산 기업가치가 한국보다 약 829조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반도체와 대기업집단 계열사가 상위권을 주도한 반면 유럽은 반도체 장비부터 금융, 제약, 소비재까지 비교적 다양한 업종이 순위에 포함됐다.
기업 시가총액 집계 사이트 CompaniesMarketCap과 TradingView 자료를 토대로 2026년 7월 22일 기준 양측 상위 10개 기업을 비교한 결과, 한국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약 3634조원, 유럽 기업은 약 4463조원으로 집계됐다. 유럽 상위 기업의 합산 규모가 한국의 약 1.23배에 해당한다. 원화 환산에는 달러당 1481원의 환율이 적용됐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가 약 1633조원으로 가장 높은 기업가치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가 약 1338조원으로 뒤를 이었다. 두 반도체 기업의 시가총액만 약 2971조원으로, 한국 상위 10개 기업 전체 가치의 80%를 웃돌았다. 인공지능 산업 확대에 따른 고성능 메모리 수요와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가 기업가치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어 SK스퀘어가 약 165조원으로 3위에 올랐고 삼성전기 96조6000억원, 현대자동차 91조5000억원, LG에너지솔루션 74조2000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KB금융, 삼성생명, 기아도 상위 10개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순위에는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생명 등 삼성 계열사가 4곳,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 등 SK 계열사가 2곳 포함됐다. 특정 산업과 주요 대기업집단에 시가총액이 집중된 국내 증시의 특징이 드러난다.
유럽에서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약 1015조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ASML은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극자외선 노광장비 분야에서 독보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한 기업이다. 인공지능 반도체 투자 확대와 차세대 장비 수요가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HSBC는 약 523조원으로 2위에 올랐으며 로슈 487조원, 네슬레 402조원, 루이비통모에헤네시 397조원이 뒤를 이었다. 지멘스와 로레알, 노바티스, 노보 노디스크, 에르메스도 10위권에 포함됐다.
유럽의 상위 기업군은 금융과 제약·바이오, 식품, 화장품, 명품, 산업기술 등으로 분산돼 있다. ASML 한 곳의 가치가 유럽 10대 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23%로, 한국의 반도체 양대 기업에 비해 집중도가 낮다. 개별 산업의 부침이 전체 시가총액 순위에 미치는 충격을 상대적으로 분산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시가총액은 주가와 환율에 따라 수시로 바뀌며 집계기관이 적용한 거래소, 상장 주식, 주식 종류에 따라서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수치는 특정 시점의 시장 평가를 환산한 자료인 만큼 기업의 매출이나 이익, 국가 경제 규모를 직접 비교한 결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한국과 유럽의 격차를 단순한 기업 경쟁력 차이로 보기도 어렵다. 한국은 반도체 상승기에 기업가치가 빠르게 확대될 수 있지만 업황이 꺾이면 주요 지수와 시가총액도 동시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향후 국내 증시의 과제는 반도체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자동차·배터리·바이오·금융·소비재 분야에서 새로운 대형 상장기업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느냐에 맞춰질 전망이다.
주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