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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정비사업 이주 18만 가구…전셋값 상승기에 수급 충격 우려

정한영 기자 | 입력 26-09-16 09:38



서울 임대차시장이 2028년부터 정비사업 이주 수요라는 대형 변수를 맞는다. 재건축·재개발을 위해 집을 비워야 하는 가구가 한 해 4만 가구 이상으로 급증하는 가운데 신규 입주와 전세 매물은 부족해 전셋값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서울 정비사업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주 물량은 총 17만9,310가구다.

연도별로는 올해 2만4,844가구에서 2027년 1만3,446가구로 잠시 줄어든 뒤 2028년 4만5,256가구로 급증한다. 2029년에는 3만9,102가구, 2030년에는 5만6,662가구가 이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물량의 약 79%가 2028년 이후 3년간 집중되는 구조다.

지역별 이주 규모는 양천구가 3만1,112가구로 가장 많다.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의 정비사업이 본격화하는 영향이다. 송파구 2만4,708가구, 강남구 1만5,852가구, 영등포구 1만3,395가구, 용산구 1만2,678가구가 뒤를 이었다.

잠실주공5단지와 장미아파트, 은마아파트 등 대규모 재건축 단지의 이주가 예정돼 있고 노량진·북아현뉴타운에서도 이주 절차가 이어지고 있다. 대단지 여러 곳의 일정이 겹치면 해당 자치구를 넘어 인접 지역과 경기·인천의 임대차 수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이주가 본격화하기 전부터 서울 전세시장의 수급이 빠듯하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누적 상승률은 7.35%다. 지난해 연간 상승률 1.51%보다 약 6%포인트 높다.

전세 매물도 줄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 집계에서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 15일 기준 2만262건으로 지난해 초 3만1,814건보다 36.4% 감소했다. 임차인이 원하는 지역과 가격대에서 새 전셋집을 찾기 어려워지면서 기존 계약을 갱신하는 가구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주 수요를 받아줄 신규 주택 공급 여건도 넉넉하지 않다. 공사비 상승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로 최근 서울 주택 착공이 감소해 2028년 전후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체 주거지 역할을 해야 할 비아파트의 올해 7월 기준 착공 실적도 4,679호에 머물렀다.

정비사업은 노후 주거지를 개선하고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을 늘리는 수단이지만 사업 기간에는 기존 주택이 먼저 철거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최근 14년간 정비사업의 공급 효과를 분석한 결과 재개발의 주택 순공급률은 7.4%, 재건축은 37.3%로 집계됐다. 완공 이후 늘어나는 주택보다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기 멸실과 이주 충격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전셋값 상승은 매매시장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전세 비용이 계속 오르면 임차 수요 일부가 인접 지역의 구축·소형 아파트 매입으로 이동할 수 있고, 서울에서 주거지를 구하지 못한 가구가 경기와 인천으로 옮겨가면서 수도권 전반의 임대료를 자극할 수 있다.

정부는 민간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개선하고 기간을 단축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사업 속도만 높일 경우 특정 시기에 멸실과 이주가 집중될 수 있어 신규 입주 물량과 이주 일정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자치구별 이주 시기를 분산하고 인접 지역의 입주 물량과 연계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비사업 활성화가 실제 공급 확대로 이어지기 전까지 발생할 임대차 공백을 어떻게 줄일지가 서울 주택정책의 핵심 과제로 남았다.

정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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