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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임신중지약 도입에 "안전성 검증·의료인 진료 거부권 보장해야"

박현정 기자 | 입력 26-09-17 23:08



정부가 2027년 1분기를 목표로 임신중지 약물의 국내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의료계가 안전성 검증과 법적 기준 마련을 선결 조건으로 제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생명윤리나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임신중지 진료를 거부하는 의료인이 처벌받지 않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협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약품에 의한 인공임신중절은 여성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정부의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전날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임신중지 약물을 국가 의료체계 안에 정식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7년 만이다. 음성적으로 유통되는 약물을 제도권에서 관리해 여성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한다는 것이 정부가 밝힌 추진 배경이다.

현대약품은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로 구성된 복합제 "미프지미소"의 품목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미페프리스톤은 임신 유지에 필요한 호르몬의 작용을 차단하고, 미소프로스톨은 자궁 수축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미프진"은 프랑스 제약사 엑셀진이 판매하는 미페프리스톤 단일 성분 제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안전성과 유효성, 품질, 위해성 관리계획 등을 심사하고 있다. 관련 심사와 수입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2027년 1분기 국내 도입이 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품목허가 신청에 포함된 사용 범위는 임신 9주 이내다.

정부는 도입 초기 2년 동안 임신 주수와 자궁외임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하고 조제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후 안전성과 부작용, 관련 법률의 정비 상황 등을 검토해 의사 처방 후 약국에서 조제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의협은 허가 전 안전성 검증과 사용 과정의 관리체계가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신 주수나 자궁외임신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약물을 복용하면 출혈 등 부작용에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진단과 처방, 복용 이후 확인 진료까지 연결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불법 유통 약물에 대한 정부 대책도 요구했다. 의협은 정식 허가를 받은 제품이 도입되더라도 온라인과 음성 거래를 통해 출처가 불분명한 약물이 계속 유통될 가능성이 있다며 단속과 복약지도, 이상 사례 보고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신중지를 둘러싼 법률 공백도 쟁점으로 제시했다.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약물만 먼저 도입하면 허용 범위와 의료인의 책임, 미성년자에 대한 보호자 동의 여부 등을 놓고 현장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사이의 법적·윤리적 균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임신중지를 제한 없이 허용할 경우 종교계와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을 비롯한 사회적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의료인의 진료 거부권도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의료인이 생명윤리 또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임신중지 진료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의료법상 진료 거부로 처벌받지 않도록 별도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환자가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다른 의료기관 안내 등 구체적인 절차를 포함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품목허가 이후 보건복지부와 산부인과 관련 학회가 협의해 표준 처방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 미성년자 처방 시 보호자 동의를 요구할지, 건강보험을 적용할지, 의료인의 진료 거부와 환자의 의료 접근권을 어떻게 조정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약물의 허가 심사와 함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 및 의료현장 지침 마련이 실제 도입 시점을 좌우할 핵심 과제로 남았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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