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중대 비위로 중징계를 받은 총경 이상 고위 간부를 지휘관과 수사·감사 등 주요 보직에서 영구 배제하기로 했다. 수사정보 유출이나 금품수수뿐 아니라 성비위와 음주운전, 갑질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해 고위직의 책임을 대폭 강화한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기존의 "부패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중대 비위자 주요 보직 배제" 방식으로 확대·개편할 방침이다. 징계를 받은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요 보직에 다시 임명될 수 있었던 기존 인사 관행을 바꿔 중대 비위 전력이 있는 간부의 지휘권과 수사 영향력을 원천적으로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적용 대상은 수사와 조직 운영에 관한 지휘권을 가진 총경부터 치안정감까지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치안총감 계급의 경찰청장을 제외하면 일선 경찰서장과 시도경찰청 주요 지휘부, 경찰청 본청 국장·차장 등 사실상 경찰 고위직 전반이 포함된다.
경찰청이 중대 비위로 분류한 행위는 수사 직무 관련 비위와 금품·향응 수수, 성비위, 음주운전, 갑질 등이다. 이 같은 비위로 중징계 처분을 받은 고위 간부는 경찰서장을 비롯한 관서장과 수사부서, 청문감사인권부서 등 주요 보직에 임명될 수 없게 된다.
수사 직무 관련 비위의 범위도 넓게 설정된다. 수사·단속 정보를 외부에 유출하는 행위는 물론 부정한 청탁에 따른 직무 수행, 사건 관계인과의 사적 접촉, 규정을 위반한 사건 문의 등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행위가 모두 제재 대상에 들어간다.
특히 경무관 이상 간부가 중대 비위로 중징계를 받으면 보직 추천 단계부터 제외할 방침이다. 경무관은 시도경찰청 부장이나 경찰청 심의관, 주요 경찰서장 등을 맡는 계급이다. 승진 이후 보직을 받지 못하면 정상적인 지휘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만큼 이번 조치는 사실상 조직에서 배제하는 수준의 제재로 평가된다.
총경 역시 중대 비위 전력이 확인되면 일선 경찰서장 등 지휘관으로 보임될 수 없다. 사건 수사를 직접 지휘하거나 소속 경찰관의 비위를 감찰하는 부서에도 배치되지 않는다. 징계 기간이 끝나더라도 주요 보직 제한을 해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의 일시적인 인사상 불이익보다 제재 강도가 높다.
현행 공무원 징계는 파면과 해임, 강등, 정직 등 중징계와 감봉·견책 등 경징계로 나뉜다. 새 방안은 비위 유형과 함께 최종 징계 수위가 중징계에 해당하는지를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 다만 중징계에 이르지 않은 사안은 이번 영구 배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어 징계위원회의 판단과 처분 수위가 보직 제한 여부를 좌우하게 된다.
경찰청은 그동안 금품수수 등 부패 범죄를 중심으로 원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적용해 왔다. 이번 개편에서는 조직 내 인권 침해와 품위 훼손에 해당하는 성비위, 음주운전, 갑질까지 포함함으로써 제재 범위를 직무상 부패에서 고위 간부의 전반적인 윤리 문제로 넓혔다.
경찰 고위직은 수사 방향과 인사, 감찰 등에 상당한 권한을 행사하는 만큼 비위 전력이 있는 간부가 핵심 보직으로 복귀할 경우 조직의 공정성과 국민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앞으로 제도의 실제 시행 시점과 과거 징계 전력에 대한 적용 범위, 중대 비위 판단 기준을 인사 규정에 얼마나 구체적으로 담을지가 남은 쟁점이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