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지용 변호사의 과거 검찰 재직 시절 행적을 문제 삼으며 지명 철회를 거듭 요구했다. 김 후보자의 해명에는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까지 소환하며 공직자로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 지사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악의 평범성과 중수청장 후보 김지용, 기억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제목의 장문을 올리고 김 후보자가 초대 중수청을 이끌 적임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추 지사는 김 후보자가 최근 현안 관련 입장 발표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생각과 의견을 명확히 밝혔으나 당시 최종 결정권자의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설명한 대목을 문제 삼았다.
그는 이 같은 해명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강제 이송을 실무적으로 주도한 아이히만이 전후 재판에서 상부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한 태도를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아이히만은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정책인 이른바 "최종 해결" 집행에 관여한 인물이다.
김 후보자가 언급한 사안은 수원지검 형사3부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처리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다. 김 후보자는 당시 수사팀의 의견을 상부에 명확하게 보고했다는 입장이지만, 추 지사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결정권자에게만 돌릴 수 없다고 반박했다.
추 지사는 2020년 "채널A 사건"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정진웅 검사 독직폭행 사건도 꺼냈다. 당시 서울고검 차장검사였던 김 후보자가 담당 검사를 교체하면서까지 정 검사의 기소를 추진했다는 것이 추 지사의 주장이다.
정 검사는 한동훈 당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한 전 위원장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일부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지만 2심은 폭행의 고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2022년 11월 원심을 확정했다.
추 지사는 정 검사가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것과 달리 채널A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동훈 무소속 의원 관련 의혹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후보자를 두고 "신발을 거꾸로 신은 자들의 협조와 암약 덕분"이라며 "그냥 밀정이라고 본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 후보자가 대검찰청 형사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한 의원의 휴대전화 비밀번호 해제를 위한 포렌식 예산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해당 휴대전화는 채널A 사건의 핵심 증거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지만 비밀번호가 풀리지 않았고, 검찰은 이후 한 의원을 무혐의 처분했다.
추 지사는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20년 법무부가 직무배제와 징계를 추진하자 검사장급 간부들이 발표한 집단 성명에 김 후보자가 참여한 사실도 거론했다. 당시 검찰 지휘부의 집단행동이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데 영향을 줬다는 게 추 지사의 시각이다.
그는 "김지용이 자신의 직분에 걸맞은 양심에 따라 올바른 판단을 하고 사법 정의를 세우려는 책임을 다했다면 윤석열과 한동훈이 지금과 같은 정치적 지위에 오르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이런 이유로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지명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자신이 검찰 재직 시절 특정 세력으로부터 혜택을 받은 인사가 아니며 윤석열 정부 때 좌천을 경험했다고 반박해 왔다. 과거 보완수사 필요성을 주장한 것도 검찰 권한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범죄 피해자 보호의 공백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현재까지 김 후보자의 지명이 보류되거나 철회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이 추가 검증을 지시한 가운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과 채널A 사건 처리 과정, 검찰개혁에 대한 입장이 핵심 검증 대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김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