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을 언급했다가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경찰에서 불송치 처분을 받았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한 의원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불송치는 경찰이 수사 결과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거나 기소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다.
이번 사건은 한 의원이 지난해 9월 23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거론하면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방북 대가로 북한에 돈이 건너간 것은 민주당조차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이라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는 다음 날 한 의원의 발언이 이 대통령을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의 공범으로 단정한 허위사실에 해당한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당시 국민소통위원장을 맡았던 김현 민주당 의원 명의로 고발이 이뤄졌다.
경찰은 약 1년 동안 발언 내용과 관련 재판 기록, 명예훼손죄 성립 여부 등을 검토한 뒤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한 의원을 불송치했다. 다만 이번 결정은 한 의원의 발언 전체를 법원이 확정된 사실로 인정했다는 뜻과는 구분된다. 경찰이 제출된 증거만으로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수사 결과다.
대법원은 앞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에서 쌍방울 측이 북한에 전달한 자금 가운데 일부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통령의 방북 비용과 관련됐다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대북송금 과정에 직접 관여했는지는 이 대통령의 별도 형사재판에서 다뤄질 사안이다.
한 의원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나온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 수서경찰서가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을 했다"며 민주당의 고발이 부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이 제기한 무고 고소 사건의 수사와 이 대통령의 대북송금 사건 재판 재개를 촉구했다.
한 의원은 민주당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자신을 고발하자 김현 의원 등을 무고 혐의로 맞고소한 상태다. 한 의원에 대한 불송치 처분이 내려졌다고 해서 고발인에게 곧바로 무고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무고 혐의가 인정되려면 고발 내용이 객관적으로 허위라는 점과 함께 상대방을 형사처벌 받게 할 의도가 있었는지가 별도로 입증돼야 한다.
민주당 측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고발인이 이의를 제기하면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하며, 검찰이 기록을 다시 검토해 보완수사 요구나 기소 여부를 판단한다.
이번 불송치 결정으로 한 의원의 명예훼손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서 이 대통령의 관여 여부에 대한 사법 판단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경찰 처분의 범위와 본안 재판에서 다뤄질 형사책임을 구분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