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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100달러 시대…기름값·전기료·먹거리까지 오르나

정한영 기자 | 입력 26-09-17 10:11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국내 생활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장 주유소 기름값부터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고유가가 이어지면 휘발유와 경유를 시작으로 전기·가스요금, 운송비, 식품 가격까지 순차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 격화로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급등했다. 지난 10일 기준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107.63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는 102.4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하루 상승률은 각각 6%를 넘었다.

국내 주유소 가격은 아직 국제유가 상승분을 본격적으로 반영하지 않은 상태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9월 둘째 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859원 수준으로 17주 연속 하락했다. 최근까지 이어진 국제 석유제품 가격 하락분과 기존 재고가 국내 가격에 반영된 결과다.

국제유가의 변동이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2∼3주의 시차가 발생한다. 정유사가 이전 가격에 들여온 원유를 정제한 뒤 주유소에 공급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유가 수준이 유지되면 이달 말부터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

원화 가치도 변수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국내 정유사는 달러로 결제한다. 국제유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까지 상승하면 정유사의 수입 비용은 더 커진다.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를 경우 국제유가 상승 폭보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전기와 가스요금도 고유가의 영향권에 들어간다. 한국전력은 석유와 액화천연가스, 석탄 등 발전 연료 가격을 토대로 연료비 조정단가를 산정한다. 다만 국제유가가 올랐다고 전기요금이 자동으로 인상되는 구조는 아니다. 물가와 국민 부담, 한전의 재무 상황 등을 고려한 정부의 요금 결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도시가스요금은 액화천연가스 수입가격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국제 LNG 계약 가운데 일부가 국제유가와 연동돼 있어 고유가가 일정 기간 계속되면 가스공사의 도입 비용이 증가한다. 정부가 요금을 동결하면 공기업의 미수금과 적자가 늘고, 인상하면 가계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먹거리 가격도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농수산물과 가공식품은 생산지에서 소비자에게 도착하기까지 화물차와 선박, 냉장·냉동 설비를 거친다. 경유와 전기요금이 오르면 운송·보관 비용이 늘고, 플라스틱 포장재와 비료 등 석유화학 제품 가격에도 상승 요인이 발생한다.

식품업체들이 비용 증가분을 즉시 소비자가격에 반영하지는 않는다. 기존 계약 물량과 재고가 남아 있고 정부의 물가 관리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가 상승이 수개월간 지속되면 제품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제품값을 올리는 대신 할인 행사를 줄이거나 용량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전가할 수도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항공과 해운, 택배, 버스 등 운송업계의 비용도 끌어올린다. 항공사는 국제유가와 환율에 따라 유류할증료를 조정한다. 화물운송비와 배달비가 오르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부담이 커지고 최종적으로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수단으로는 유류세 인하 연장과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비축유 방출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세금 인하가 장기화하면 세수가 줄고 가격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면 정유사와 주유소의 공급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적용 범위와 기간을 둘러싼 판단이 필요하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국제유가가 일시적인 급등에 그칠지 장기적인 고유가로 굳어질지는 중동 정세와 주요 산유국의 공급량에 달렸다. 국내 물가에 미치는 충격도 유가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 정부와 에너지 공기업이 비용 상승분을 언제까지 흡수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정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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