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로 하향 조정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무디스는 미국 연방정부의 지속적인 재정 적자로 인해 국가 부채가 급격히 증가한 점을 신용등급 강등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이에 따라 미국 증시는 물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주요 주가지수 선물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S&P 500 선물은 전장 대비 1.092% 하락했으며, 나스닥 100 선물은 1.403% 하락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 선물 역시 0.798% 내렸다.
미국 국채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반영됐다.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장중 한때 4.52%까지 상승했고, 30년물 미 국채금리는 심리적 저항선인 5%를 넘어 5.01%까지 올랐다. 이는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에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신용등급 하락은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도 이어졌다. 달러인덱스는 100.524를 기록하며 전장 대비 0.568 하락했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엔화와 금값은 강세를 보였다. 엔·달러 환율은 144.87엔으로 전장 대비 0.83엔 하락했고, 금 현물 가격은 전장 대비 0.8% 상승한 온스당 3,229달러에서 거래되며 장중 3,249.82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미국 국채 보유 순위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미국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미 국채 보유 순위는 지난 3월 영국에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밀려났다. 이는 2000년 10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디스의 발표 직후 코스피는 0.89%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8.2원 오른 1,397.8원에 마감했다. 그러나 무디스가 지난해 11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하며 강등을 예고했던 만큼 시장의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 둔화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과 설비투자가 감소하면서 국내 성장률이 0.2~0.3%p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또한 미국 정부가 재정 적자 해소를 위해 수입품 관세 인상 등 보호무역 정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어 한미 간 무역 협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미국이 국채금리 상승 부담을 줄이기 위해 관세 협상에서 유연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