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헌신, 그리고 마침내 들어 올린 우승 트로피. 토트넘 홋스퍼의 '살아있는 전설' 손흥민이 선수 생활의 중대 기로에 섰다. 구단이 그의 미래에 대한 결정권을 전적으로 선수 본인에게 넘기며 그의 선택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10년 동행의 마침표 여부는 오롯이 손흥민의 손에 달리게 됐다.
상황이 급변한 것은 지난달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손흥민은 그간 "토트넘에 트로피를 안기기 위해 남았다"고 말하며 우승에 대한 갈망을 숨기지 않았다. 17년 만에 구단에 우승컵을 안기며 오랜 숙원을 이룬 만큼, 이제는 새로운 도전을 생각할 수 있는 명분과 시점이 모두 충족된 셈이다. 영국 '풋볼 런던' 등 현지 언론은 "손흥민이 토트넘을 떠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분석하며, 우승이라는 목표 달성이 그의 거취 결정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토트넘 구단 역시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2026년 여름 계약이 만료되는 손흥민을 이적료 없이 떠나보내지 않기 위해 1년 연장 옵션을 이미 발동했지만, 이는 장기 재계약이 아닌 '매각의 마지막 기회'를 확보한 조치로 해석된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보내고 토마스 프랭크 감독 체제에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토트넘은 대대적인 리빌딩을 예고하고 있다. 손흥민의 이적을 통해 확보될 거액의 자금은 팀의 세대교체를 가속화할 중요한 재원이 될 수 있다.
구체적인 제안도 이미 도착했다. 영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아흘리, 알 나스르 등 복수 구단이 손흥민 영입을 위해 토트넘의 요구액인 3000만 유로를 훌쩍 넘는 4000만 유로(약 634억 원)의 이적료를 준비했다. 또한 선수 개인에게는 3년간 총 9000만 유로(약 1426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연봉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거절하기 힘든 수준의 제안이다.
다만 최종 결정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손흥민 본인이 최근 대표팀 경기 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토트넘은 오는 7월과 8월, 일본과 한국을 방문하는 아시아 투어를 앞두고 있다. 아시아 최고 스타인 손흥민의 상업적 가치를 고려할 때, 구단이 투어 이전에 그의 이적을 성사시킬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의 거취는 아시아 투어가 마무리된 이후에나 최종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모든 공은 손흥민에게 넘어왔다. 구단은 선수가 쌓아온 공로를 인정해 주도권을 넘겼고, 시장에는 거액의 제안이 도착했으며, 선수 본인은 오랜 꿈을 이뤘다. 잔류를 택해 새로운 감독과 마지막 불꽃을 태울 것인지, 아니면 전설로서 박수받으며 새로운 도전에 나설 것인지, 지난 10년의 여정을 마무리할 그의 마지막 선택에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