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6일, 제71회 현충일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가족의 안부를 묻고, 일상을 시작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웃을 수 있는 평범한 하루.
우리는 그 평범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자주 잊고 살아간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은 결코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의 청춘을 바쳤던 젊은이들.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국군 장병들.
나라를 위해 끝까지 책임을 다하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경찰관과 소방관, 공직자들.
그리고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수많은 순국선열들.
그들의 희생 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하고 있다.
현충일(顯忠日).
'현(顯)'은 드러낸다는 뜻이며, '충(忠)'은 충성과 헌신을 의미한다.
즉,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이들의 충정을 기억하고 널리 알리는 날이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현충일을 단순한 휴일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어느 아파트 단지에는 수백 세대가 살고 있지만 태극기가 걸린 집은 손에 꼽을 정도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기리는 묵념 1분조차 잊은 채 하루를 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시간이 흐를수록 전쟁의 기억은 희미해지고, 희생의 의미는 점점 멀어지는 듯하다.
하지만 역사는 잊는 순간 반복된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평화도 공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오늘은 누군가의 눈물과 피, 그리고 희생으로 만들어진 결과다.
1950년 6월 25일.
한반도는 전쟁의 참화 속으로 빠져들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가족을 뒤로한 채 전선으로 향했다.
누군가는 부모의 외아들이었고, 누군가는 갓 결혼한 신혼부부의 남편이었으며, 누군가는 어린 동생들의 가장이었다.
그들은 살고 싶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그들도 꿈이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으며 이루고 싶은 미래가 있었다.
그러나 조국이 무너지면 자신의 미래도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기꺼이 총을 들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지금도 국립현충원에는 이름이 새겨진 수많은 묘비들이 묵묵히 대한민국의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그 묘비 하나하나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 있다.
부모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남편이며, 누군가의 아버지였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영웅이 되기 위해 희생한 것이 아니다.
단지 자신이 지켜야 할 나라와 가족을 위해 책임을 다했을 뿐이다.
우리는 그 숭고한 희생 앞에서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현충일은 슬픔만을 기억하는 날이 아니다.
감사를 배우는 날이다.
희생을 기억하는 날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책임을 되새기는 날이다.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태극기를 달고, 묵념을 하고, 아이들에게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를 존중하며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이 가장 바라는 대한민국의 모습일 것이다.
오늘도 국립서울현충원과 전국의 현충시설에는 수많은 국민들이 찾고 있다.
묘비 앞에 놓인 한 송이 국화꽃.
말없이 흘리는 눈물.
고개 숙여 올리는 묵념.
그 모든 행동은 대한민국이 아직도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있다는 증거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을 잊지 않는 국민.
그 희생을 자랑스럽게 기억하는 국민.
그런 국민이 있는 한 대한민국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제71회 현충일.
오늘 하루만큼은 잠시 하늘을 바라보며 감사의 마음을 전해보자.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지켜낸 선물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보자.
기억은 추모를 낳고,
추모는 감사가 되며,
감사는 대한민국을 더욱 강한 나라로 만든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여러분.
당신들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들이 목숨으로 지켜낸 대한민국을 더욱 정의롭고 따뜻한 나라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대한민국은 여러분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2026년 6월 6일
이명기 논설위원
한국미디어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