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 대비 24.1원 급락한 1360.2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최근 이어지던 고환율 기조에 제동을 걸며 시장에 안도감을 제공했다. 이날 환율 급락은 미국 경제 지표 둔화와 이에 따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 확산, 그리고 국내 증시의 외국인 순매수 전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외환시장의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주요 경제 지표들이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촉발되었다. 특히 5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쳐 시장 예상치인 0.2%를 밑돌았다. 또한,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역시 23만 8천 건을 기록하며 직전 주보다 증가세를 보였다. 이처럼 소비와 고용 시장의 둔화 조짐은 미국 경제가 점진적으로 냉각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연준이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커졌다는 해석으로 이어졌다.
미국 경제 지표 둔화는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높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확률은 최근 70% 이상으로 상승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은 달러 가치 하락으로 직결되며, 이는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는 해당 통화의 매력도를 낮춰 자본 유출 가능성을 높이므로, 달러 약세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 순매수 전환 또한 원/달러 환율 하락에 일조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5천억 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원화 강세에 힘을 보탰다. 외국인 자금 유입은 원화 수요를 증가시켜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가 두드러지면서 국내 증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는 글로벌 기술주의 강세 흐름과 맞물려 국내 증시의 매력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국제 유가는 하락세를 보이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일부 완화시켰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배럴당 8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유가 하락은 생산 비용 부담을 줄여 전반적인 물가 안정에 기여하며, 이는 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향후 원/달러 환율은 미국 경제 지표의 추가 발표와 연준 인사들의 발언, 그리고 국내외 경기 동향에 따라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주 후반 예정된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발표는 연준의 금리 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PCE 물가지수가 예상보다 낮게 나올 경우 달러 약세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반대의 경우 다시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또한, 지정학적 리스크나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 등 예상치 못한 변수들도 환율 변동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1350원대에서 1380원대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