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가 시민 3만 2천여 명의 서명을 받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인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항명죄 항소심을 취하해달라고 특별검사팀에 공식 촉구했다. 외압의 실체를 밝히는 특검 수사와 그 외압에 저항한 군인에 대한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는 모순적인 상황을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8일 오전, 채 상병 특검팀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13일부터 진행한 '박정훈 대령 항명 사건 항소 취하 촉구' 온라인 서명 결과를 발표하고, 시민 3만 2065명의 뜻이 담긴 서명부를 특검팀에 전달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 자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로부터 시작된 수사 외압이 명백한 범죄 혐의로 규정돼 특검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이라며 "범죄 가담을 거부하고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박 전 대령이 계속 법정에 서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수사 외압 특검 수사와 항명죄 재판이 동시에 진행될 수는 없다"며 특검의 조속한 항소 취하를 강력히 요청했다.
박정훈 대령은 지난해 7월,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려다 '이첩 보류'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로 '항명'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지난 1월 중앙군사법원은 1심에서 "법령에 따라 경찰에 이첩해야 할 사건이므로,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 자체가 위법하여 따를 의무가 없다"며 박 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군 검찰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공은 이제 특검으로 넘어갔다. '채상병 특검법'은 관련 사건에 대한 공소 제기 및 유지, 취소 권한을 모두 특검에 부여하고 있다. 특검팀은 오는 11일 열리는 항소심 3차 공판부터 군 검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공소 유지를 담당하게 된다.
이명현 특별검사는 이미 "정당하지 않은 명령에 대한 불복종은 항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히며 항소 취하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