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구속영장 재청구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운명이 다시 법원의 손에 맡겨졌다. 지난 3월 구속 취소로 석방된 지 123일 만에 재수감 갈림길에 선 윤 전 대통령은 9일 오후, 굳은 표정으로 법원에 출석해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방어하기 위한 법적 다툼에 들어갔다.
윤 전 대통령은 영장실질심사 시작 시각인 오후 2시 15분에 맞춰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에 도착했다. 남색 정장 차림의 윤 전 대통령은 ‘재구속 심사에 대한 심경이 어떠냐’, ‘혐의를 여전히 부인하느냐’ 등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묵묵부답하며 곧장 법정으로 향했다. 포토라인에도 서지 않는 등 언론 노출을 최소화하며 심사에 임하는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는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비공개 진행된다. 특검팀과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구속의 필요성을 두고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일 예정이다. 특검팀은 60쪽이 넘는 구속영장 청구서를 통해 “범죄의 중대성이 매우 크고,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증거인멸 및 회유 우려가 크다”며 구속 수사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측은 “객관적 증거 없이 관련자 진술만으로 이뤄진 무리한 영장 청구”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특검팀이 이번에 윤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핵심 혐의는 △계엄 국무회의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 관련 허위공문서작성·행사 △체포영장 집행 방해 관련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5가지에 달한다. 다만, 내란 수괴 혐의 자체는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번 영장 청구 혐의에서는 제외됐다.
법원 주변은 이른 아침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찰은 30여 개 부대, 약 2000명의 경력을 법원 인근에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윤 전 대통령 지지 단체와 반대 단체가 각각 집회를 예고하며 물리적 충돌의 우려도 제기됐으나, 폭염의 영향으로 대규모 인파가 몰리지는 않았다.
정치권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이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 수괴에게 단 1분의 자유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사법부가 법과 정의를 바로 세워 국민 기대에 응답해주길 바란다”고 사법부의 영장 발부를 강력히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공식 논평을 내지 않은 채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내부적으로는 특검의 수사를 ‘정치적 보복’으로 규정하며 비판적인 기류를 이어갔다.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윤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심사 결과를 기다리게 된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오늘 밤늦게, 혹은 10일 새벽에 결정될 전망이다. 법원이 4개월 만에 다시 구속영장을 발부할지, 아니면 특검의 요청을 기각할지에 따라 대한민국을 뒤흔든 내란 사태 수사는 중대한 분수령을 맞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