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김 여사의 ‘집사’로 불리는 핵심 인물이 해외로 도피한 사실을 확인하고, 그의 신병 확보를 위해 여권 무효화 절차에 착수하는 등 본격적인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특검은 이른바 ‘집사 게이트’로 명명된 이 사건의 본질을 김 여사의 영향력을 이용한 ‘권력형 비리’로 규정하고, 180억 원대 투자금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문홍주 특검보(대변인)는 9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주요 피의자인 김 모 씨가 언론 취재가 시작된 지난 4월 해외로 출국한 뒤 현재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다”며 “사무실과 가족 주소지를 모두 이전하는 등 해외 도피와 증거 인멸 정황이 명백하다고 판단해 최근 공식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김 씨의 강제송환을 위해 여권 무효화 조처를 신속히 진행할 방침이다.
특검이 정조준하고 있는 ‘집사 게이트’는 김 씨가 운영하던 부실기업이 2023년 대기업 등으로부터 180억 원이 넘는 거액의 투자를 유치한 사건이다. 특검은 당시 자본잠식 상태에 있던 회사에 카카오모빌리티, 효성그룹 계열사 등 대기업들이 상식에 맞지 않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배경에 김 여사와의 친분을 내세운 김 씨의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즉, 기업들이 김 여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사실상 ‘뇌물성 투자’를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투자금 중 46억 원이 김 씨 개인의 지분을 매입하는 데 사용돼 그가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사업에서 빠져나간 정황은 이러한 의혹을 더욱 짙게 하고 있다. 문홍주 특검보는 “관련자들의 휴대전화 자료 삭제 등 증거인멸 행위가 계속 우려된다”며 “발견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특검은 이번 수사가 과거 김 여사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에 기업들이 ‘뇌물성 협찬’을 제공했다는 의혹과 그 구조가 유사하다고 보고 두 사건을 병행하여 수사하고 있다. 김 여사의 측근을 둘러싼 비리 의혹에 특검의 칼날이 직접 향하면서, 김 여사에 대한 직접 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핵심 피의자인 김 씨의 신병 확보 여부가 향후 수사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