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칼날이 마침내 전임 정부 권력의 최정점을 직접 겨냥했다. 이명현 특별검사팀은 11일, 'VIP 격노설'의 진원지로 지목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하고,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피의자로 소환해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같은 날 이루어진 압수수색과 핵심 피의자 소환은,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VIP 격노설'의 실체를 규명하겠다는 특검의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검사와 수사관을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자택으로 보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윤 전 대통령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된 데 따른 강제수사다. 특검은 압수수색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임종득 전 안보실 2차장(현 국민의힘 의원)의 자택과 의원회관 사무실 등 10여 곳도 동시에 압수수색하며 전방위적인 증거 확보에 나섰다. 전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며 이 전 장관의 비화폰을 확보한 데 이은 이틀 연속 강제수사다.
이와 동시에, 특검 사무실에서는 'VIP 격노설'의 핵심 인물인 김태효 전 안보실 1차장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루어졌다. 이날 오후 2시 50분경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김 전 차장은 약 7시간 동안의 조사를 받고 밤 10시가 넘어 귀가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히 답했다"는 말만 반복하며 즉답을 피했다. 특검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조사 과정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VIP 격노설'은 2023년 7월 31일, 윤 전 대통령이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적시한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했으며, 이 분노가 이종섭 전 장관 등을 통한 수사 외압의 시작점이 됐다는 의혹이다. 김 전 차장은 당시 회의에 참석한 핵심 참모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해 국회에 출석해 "대통령이 화를 낸 적이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어, 이번 조사에서 특검은 그의 기존 진술과 확보한 증거들을 대조하며 사실관계를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틀간의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의 휴대전화 등 핵심 증거물을 분석해, '격노 회의'의 상황과 이후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기록 회수 과정에서 이루어진 의사 결정 과정을 재구성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의 재구속에 이어 자택 압수수색과 최측근 참모 소환까지, 특검의 수사가 거침없이 권력의 심장부로 향하면서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VIP 격노설'의 실체가 드러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