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다 "항명"이라는 굴레를 썼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2년여 만에 마침내 완전한 무죄를 확정받았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같은 날, 그에게 "항명 수괴"라는 죄명을 씌우며 군 검찰 수사를 지휘했던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육군 준장)은 직무에서 전격 배제됐다. 이는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파헤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조치로, 특검의 칼날이 사건의 본질인 '수사 외압'의 몸통을 향해 본격적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알리는 명백한 신호탄이다.
이명현 특별검사는 9일 브리핑을 통해 "박정훈 대령에 대한 군 검찰의 공소 제기는 공소권을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밝히며, 항소심 재판부에 항소취하서를 제출했다. 특검은 "박 대령이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초동 수사하고, 이 기록을 경찰에 이첩한 것은 적법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로써 1심 군사법원의 무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고, 박 대령은 2년 가까이 이어진 법정 공방의 질곡에서 벗어나 완벽하게 명예를 회복했다. 무죄 확정 소식이 전해지자 박 대령 측은 "국민 여러분 덕분에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했고, 그를 지원해 온 군인권센터는 "진실과 양심을 지켜낸 정의가 회복된 날"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러한 특검의 결정이 내려진 직후, 국방부는 "10일부로 김동혁 검찰단장의 직무 정지를 위한 분리 파견을 조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특검팀이 지난 8일 "김 단장이 특검의 수사 대상인 만큼, 수사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직무에서 배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국방부가 이틀 만에 수용한 것이다. 김 단장은 2023년 8월, 박 대령이 경찰에 이첩한 채 상병 사건 조사 기록을 위법하게 회수하고, 이후 박 대령에게 '집단항명 수괴'라는 무리한 혐의를 적용해 입건하는 과정을 주도한 핵심 피의자 중 한 명이다.
특검의 이번 조치는 수사의 본류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특검은 박 대령을 옭아맸던 '항명'이라는 족쇄를 풀어줌과 동시에, 그 족쇄를 채웠던 책임자를 수사 지휘 라인에서 즉각 배제시켰다. 이는 개별 군인의 일탈이 아닌, 국방부와 군 수뇌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수사 방해와 외압 행사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발도 제기된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측은 "김 단장은 국방부 장관의 정당하고 적법한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며 "이를 문제 삼아 직무배제를 요청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당시 이첩 보류와 기록 회수 지시가 과연 '적법한 지휘'였는지, 아니면 특정인을 구하기 위한 '부당한 외압'이었는지가 바로 이번 특검 수사의 핵심 쟁점이다.
결국 채 상병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가장 상징적인 두 가지 조치를 통해 수사의 방향과 속도를 분명히 했다. 한 명의 의로운 군인에게 씌워진 누명을 벗겨내고, 그 누명을 씌웠던 책임자를 단죄의 심판대 위에 세운 것이다. 이제 국민의 시선은 김 단장을 넘어, 그에게 위법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의심받는 이종섭 전 장관 등 당시 국방부와 대통령실의 '윗선'을 향하고 있다. 진실을 향한 특검의 수사가 거침없이 나아갈 수 있을지, 온 국민이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