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전격 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오늘 오전 10시 15분으로 예정됐던 자신의 내란 혐의 재판에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재판 시작 직전인 오전 9시 50분경,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넉 달 만의 갑작스러운 재수감으로 인한 심리적 충격과 방어권 준비 등을 사유로 든 것으로 알려졌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던 전직 대통령이 석방된 지 124일 만에 다시 같은 법정에 서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지에 세간의 이목이 쏠렸으나, 불출석이 확정되면서 이날 재판은 피고인 없이 궐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형사재판의 정식 공판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이 의무이지만, 재판부는 구속 집행이 새벽에 이루어진 점 등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불출석을 허가할 가능성이 크다.
윤 전 대통령은 어젯밤(9일) 6시간 40분에 걸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기 위해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대기하고 있었다. 이후 오늘 새벽 2시경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는 사유로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곧바로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됐다. 변호인단은 밤샘 영장심사와 갑작스러운 구속 집행으로 윤 전 대통령이 경황이 없는 상태이며, 재판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재판부에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오늘 재판에서는 향후 공판기일을 다시 지정하는 수준에서 짧게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내란 사건 특별검사팀의 의견을 들은 뒤 다음 재판 절차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기존의 내란 혐의 공소 유지와는 별개로, 계엄 실행 과정에서의 직권남용과 국무위원들에 대한 강요, 그리고 평양 무인기 도발 관련 외환죄 혐의 등 추가 범죄사실에 대한 수사에 더욱 속도를 낼 방침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재구속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법원의 구속이 합당한지를 다시 판단해달라는 구속적부심 청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재판 과정에서도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법조계에서는 구속 상태인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계속 재판 출석을 거부하기는 어려운 만큼, 다음 기일에는 윤 전 대통령이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받는 장면이 현실화될 날이 머지않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