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명"의 굴레를 쓰고 쫓겨났던 지휘관이 2년여 만에 자신의 원래 자리로 당당히 복귀한다. 해병대는 10일, 이명현 특별검사팀의 항소 취하로 최종 무죄가 확정된 박정훈 대령을 11일부로 해병대 수사단장 직위에 재보직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는 고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다 부당한 외압에 맞서 싸워온 한 군인의 명예가 완전히 회복되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조치다. 동시에, 정당한 법 집행을 가로막고 진실을 은폐하려 했던 세력에 대한 사법적 단죄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박정훈 대령의 복귀는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았다. 2023년 8월,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등 지휘부의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한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한 직후, 그는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집단항명 수괴'라는 전례 없는 죄명으로 입건되며 수사단장 보직에서 해임됐다. 이후 기나긴 법정 다툼과 사실상 무보직 상태의 설움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지난 1월 1심 군사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마침내 어제(9일) 특검이 "군 검찰의 공소 제기는 공소권 남용"이라며 항소를 전격 취하함에 따라 그의 결백은 대한민국 사법 체계 안에서 최종적으로 공인받았다.
해병대의 이번 재보직 결정은 특검의 무죄 확정 조치에 따른 당연한 수순이면서도, 그 자체로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는 단순히 한 장교의 인사 조치를 넘어, 불의한 외압에 의해 무너졌던 군의 지휘체계와 명예를 바로 세우겠다는 국방부와 해병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박 대령에게 항명 혐의를 씌우는 데 앞장섰던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이 바로 어제 직무에서 배제된 것과 맞물리면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원상회복을 넘어 '정의의 구현'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군 내외에 던지고 있다.
박 대령이 다시 지휘봉을 잡게 될 해병대 수사단은 이제 특검과 공조하여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당시 수사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외압의 실체를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시작했던 수사를 자신의 손으로 다시 들여다보게 될 수도 있는 역사적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이는 향후 특검 수사가 '윗선'을 향해 나아가는 데 있어 든든한 동력이 될 전망이다.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거대한 권력에 맞서 외로운 싸움을 벌여왔던 박정훈 대령의 복귀는 우리 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군인이 부당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상식이 온전히 지켜질 수 있는가. 이번 복귀 결정이 그 질문에 대한 희망적인 답변이 되기를, 그리고 채 상병의 억울한 죽음 앞에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하는 진실 규명의 출발점이 되기를 온 국민이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