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뉴욕 증시의 랠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폭탄' 한 방에 급제동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웃 나라인 캐나다에 3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사실상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전쟁 확대를 선언하자, 글로벌 무역 마찰과 '관세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시장을 강타하며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시장의 공포감은 각종 데이터로 명확히 확인됐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78.49포인트(0.62%) 하락한 44,371.51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0.82포인트(0.33%) 내린 6,259.75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44.22포인트(0.21%) 하락한 20,585.53을 기록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시장의 투자 심리를 급격히 얼어붙게 만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이었다. 그는 인터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캐나다산 모든 제품에 35%의 관세를 부과하고, 여타 대부분 국가에도 15~20%의 보편적 상호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했다. 이는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경한 조치로, 전 세계적인 보복 관세의 악순환을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다만, 인공지능(AI) 관련 대형 기술주들은 시장의 전반적인 하락세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선방하며 차별화된 흐름을 보였다. 엔비디아는 이날도 0.5% 상승하며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고, 아마존과 알파벳 등도 상승 마감했다. 이는 시장의 거시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성장 스토리를 가진 일부 기술주로 피신하는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월가에서는 트럼프의 관세 위협이 현실화되면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한 시장 분석가는 "관세는 모든 기업과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세금과 같다"며 "이는 결국 비용 상승과 수요 둔화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