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17일 아침 수도권 전역이 큰 혼란에 빠졌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수십 밀리미터의 장대비가 출근 시간대와 맞물리면서 도로 곳곳이 통제되고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위기 경보 단계를 "경계"로 상향하고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17일 오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은 그야말로 물에 잠긴 도시를 방불케 했다. 특히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 신도림역 일대는 도로가 성인 발목 높이까지 물에 잠기면서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우산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빗줄기에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는 시민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으며, 차량들은 도로에 고인 빗물을 피해 거북이 운행을 하면서 극심한 교통 정체가 빚어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4시를 기점으로 호우 대응 수위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하고, 재난 위기 경보 수준 역시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밤사이 이어진 폭우로 인해 피해가 커지고 있으며, 앞으로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울 지역은 전날인 16일 오후 5시부터 발령된 호우주의보가 계속 유지 중이며, 이날 오전 6시 기준 누적 강수량은 86mm를 기록했다.
간밤의 폭우로 철도 교통망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선로 유실 및 침수 위험에 따라 경부선 서울역에서 대전역 구간과 장항선 천안역에서 익산역, 서해선 홍성역에서 서화성역 구간의 일반열차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또한 수도권 전철 1호선은 평택역에서 신창역까지의 구간 운행이 일시 중지된 상태로, 해당 노선을 이용하려던 시민들은 대체 교통편을 찾는 등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하루 동안 전국 곳곳에서 시간당 30mm에서 많게는 120mm 이상의 매우 강한 국지성 호우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특히 수도권 지역은 오전까지 강한 비가 집중될 것으로 보여 추가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재난 당국은 저지대 및 상습 침수 구역 주민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며, 위험 지역에 대한 선제적인 통제와 함께 출근길 안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자가용 이용자는 빗길 미끄럼 사고와 침수 위험에 대비하고, 대중교통 이용자는 운행 정보를 수시로 확인할 것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