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자금 흐름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닥시장으로 급격히 이동하며 시장의 지형도가 재편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최근 통계 분석에 따르면 이번 달 26일을 기준으로 집계된 코스닥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1조 48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일평균 12조 1220억 원의 거래가 이루어졌던 지난 2023년 8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중소형주 중심의 투자 열기가 다시 점화되는 양상이다.
이번 달 코스닥 시장의 거래 규모는 지난달의 일평균 9조 4790억 원과 비교해 약 21퍼센트 가량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코스피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이번 달 14조 4610억 원에 그치며 지난달의 17조 4330억 원 대비 17퍼센트 포인트 이상 급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가증권시장의 거래가 위축된 사이 코스닥 시장이 국내 증시의 유동성을 흡수하며 거래 활성화를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시장 변화의 핵심 동력으로는 개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자금 이동이 꼽힌다. 투자 주체별 매매 동향을 살펴보면 개인 투자자들은 이번 달 코스닥 시장에서 6260억 원 규모를 순매수한 반면 코스피 시장에서는 9조 797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물량을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달 개인 투자자들이 코스닥에서 4800억 원을 팔아치우고 코스피에서 9조 2870억 원을 순매수하며 대형주에 집중했던 흐름과 정반대되는 행보로 불과 한 달 만에 개인의 투자 선호도가 급변했음을 보여준다.
시장 전문가들은 코스피를 이끌던 주요 대형주들의 주가 상승세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수익률 제고를 노린 개인 투자자들이 변동성이 큰 코스닥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차전지, 바이오, 콘텐츠 등 코스닥의 핵심 업종들을 중심으로 개별 종목 장세가 펼쳐지자 단기 차익을 노린 유동성이 대거 유입되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연말을 앞두고 대형주의 상승 모멘텀이 약화된 틈을 타 중소형주 위주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러한 거래 집중 현상이 시장의 체력을 강화하기보다는 특정 테마에 편중된 쏠림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코스피의 거래 감소는 증시 전체의 활력을 저해할 수 있으며 코스닥의 급격한 거래 팽창은 향후 조정 국면에서 변동성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의 수급이 증시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된 만큼 실적 뒷받침이 없는 테마성 매수세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내 증시의 이 같은 디커플링 현상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금리 향방에 따른 투자자들의 심리적 변화를 극명하게 투영하고 있다. 코스피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깨고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지 아니면 코스닥 중심의 거래 집중 현상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지에 대해 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향후 시장별 자금 유출입 추이를 정밀하게 모니터링하며 과열 양상이나 불공정 거래 가능성에 대한 점검을 지속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