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국정 2인자'였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7일 구속의 갈림길에 섰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직 국무총리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게 된 것으로, 법원은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6개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의 구속 여부를 이르면 오늘 밤 결정한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후 1시 20분경, 굳은 표정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에 들어섰다. '계엄을 정당화하려 한 것이냐'는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 없이 법정으로 향했다. 오후 1시 30분부터 시작된 영장심사는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 중이다.
'12·3 비상계엄' 의혹을 수사하는 내란 특별검사팀은 한 전 총리의 혐의가 매우 무겁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다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검은 360여 쪽 분량의 의견서와 160여 쪽에 달하는 PPT 자료를 통해 한 전 총리가 위헌적 계엄 선포를 막지 못한 것을 넘어, 합법적 외관을 만들어주는 등 적극적으로 방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단 2분 만에 끝난 형식적인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한 행위, 계엄 선포 이후 사후에 계엄선포문에 서명하고 이를 폐기하는 데 관여한 행위(허위공문서 작성 및 공용서류 손상 등)가 내란 방조의 핵심 증거라는 것이 특검의 시각이다.
또한, 지난 2월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선포문을 본 적도 받은 적도 없다"고 증언한 것은 명백한 위증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특검이 확보한 대통령실 CCTV 영상에서 한 전 총리가 문건을 들고 있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거짓으로 드러났다. 특검은 이러한 거짓 진술 자체가 증거인멸의 우려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할 방침이다.
반면, 한 전 총리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불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무회의 소집은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절차였고, 계엄 선포에 적극적으로 반대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특검의 주장을 반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헌정사에 불명예스러운 기록으로 남게 된 이번 구속심사 결과는 특검 수사의 향방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만약 영장이 발부된다면, 이미 구속기소 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에 이어 국정 2인자까지 구속되면서 다른 국무위원과 고위 공무원들을 향한 특검 수사에도 강력한 동력이 붙게 된다. 반면, 영장이 기각될 경우 특검이 무리한 법리를 적용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한 전 총리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오늘 밤, 늦어도 내일 새벽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