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 사태를 방조한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직 국무총리의 구속 여부를 심사한 법원은 "주요 사실관계 및 법적 평가에 다툴 여지가 있다"며 불구속 수사 원칙을 강조했다. '국정 2인자'의 신병을 확보해 수사에 속도를 내려던 내란 특별검사팀의 계획에는 제동이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8일 새벽,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정 부장판사는 기각 사유로 "피의자의 일련의 행적에 대한 법적 평가와 관련하여 다툴 여지가 있고, 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선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 전 총리는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리던 서울구치소에서 즉시 석방됐다. 그는 '영장 기각을 예상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구치소를 빠져나갔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한 전 총리의 행위가 내란을 '적극적으로 도운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법리적 판단이 재판 과정에서 치열하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특검은 영장심사에서 한 전 총리가 위헌적 계엄 선포를 막지 못한 것을 넘어, 형식적인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사후 계엄선포문에 서명하는 등 합법의 외관을 만들어줬다고 주장했다. 또한 헌법재판소에서 위증한 사실 등을 근거로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 전 총리 측은 계엄을 만류하기 위한 노력이었고 증거인멸 의도는 없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법원은 직접적인 지시를 이행한 다른 장관급 인사들과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위치에 있던 한 전 총리의 역할에는 법적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법원의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영장 재청구 없이 한 전 총리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신병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특검은 수사를 통해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