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유엔 총회 기조연설 데뷔 무대에서 "E.N.D 이니셔티브"를 천명하며 새로운 대북 및 외교 정책 구상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12·3 내란"을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한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복귀했음을 선언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반도 냉전 종식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한국 시간으로 24일 새벽, 유엔 총회 연단에 선 이 대통령은 "유엔의 도움으로 전쟁의 폐허 속에서 민주주의를 꽃피운 대한민국이 이제 국제사회의 선도 국가로 나서겠다"고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12·3 내란을 국민의 힘으로 막아낸 '빛의 혁명'이야말로 유엔 정신의 빛나는 성취라고 평가하며, 민주주의 회복 경험을 국제사회와 나누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구상으로 'E.N.D(교류 Exchange, 정상화 Normalization, 비핵화 Denuclearization) 이니셔티브'를 공식 제안했다. 이는 남북 간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의 악순환을 끊고, 싸울 필요가 없는 항구적인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3단계 해법이다. 이 대통령은 "상대의 체제를 존중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포괄적인 대화를 통해 한반도에서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종식(END)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중단-축소-폐기'로 이어지는 단계적 접근법을 취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우선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고, 관계 정상화를 통해 평화 공존의 틀을 만든 뒤, 최종적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남북관계에 있어 소극적이었던 지난 정부와는 다른, 적극적인 대화와 관여 정책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흡수통일 배제'를 명확히 함으로써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