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국제 외교 무대의 중심인 유엔 총회에서 "세계 시민의 등불이 될 새로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완전히 복귀했음"을 공식 선언했다. 현지 시각 2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기조연설을 통해 이 대통령은 '12·3 내란' 사태를 극복한 대한민국의 민주적 저력을 전 세계에 알리고, 한반도 평화와 국제 협력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이날 감색 양복에 태극기 배지를 단 이 대통령은 약 20분간의 연설에서 대한민국의 역사와 미래를 역설했다. 그는 "친위 쿠데타로도 민주주의와 평화를 염원하는 대한국민들의 강렬한 의지를 결코 꺾을 수 없었다"고 말하며, 내란 극복 과정에서 보여준 국민적 역량이 전 세계 민주주의의 희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총회장 객석에서는 첫 박수가 터져 나왔다.
특히 주목받은 것은 대북 메시지의 변화였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부는 상대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 행위를 할 뜻이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밝힌다"고 선언하며 북한을 향한 유화적이고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긴장 완화와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이 발언에 각국 정상들은 박수로 화답하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연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민주주의의 위기 앞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들었던 오색빛 응원봉처럼, 국제사회가 인류의 미래를 밝힐 희망의 등불을 함께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이라는 한반도의 새 시대를 향해 대한민국이 맨 앞에서 담대하게 나아가겠다"고 약속하자 세 번째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번 연설은 키워드 분석을 통해서도 이전 정부와의 노선 차이를 명확히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대한민국'을 33차례 언급하며 국가적 자긍심과 정체성을 강조했고, '평화'는 25차례, '민주주의'는 12차례 사용하며 새 정부의 핵심 가치를 분명히 했다. 이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수감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2년 같은 장소에서 '자유'를 21차례 외쳤던 것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자유'와 '연대'를 앞세웠던 과거 정부의 기조에서 벗어나 '평화'와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국제 사회에 새로운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