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접경지역에서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의 "항공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키면서, 남북관계와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25일 전체회의에서 의결된 이 개정안은 항공 안전 확보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야당인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취지를 무시한 "위헌 법률의 부활"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향후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처리 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번에 국토위를 통과한 개정안의 핵심은 비행금지구역 내에서 위험물을 적재하거나 외부에 물건을 매단 무인자유기구의 비행을 무게와 관계없이 금지하는 것이다. 현행법은 2kg 이상의 무인기구를 날릴 경우에만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어, 대북 인권 단체들은 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2kg 미만의 소형 풍선을 이용해 전단을 살포해왔다. 개정안은 이러한 법의 사각지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처벌 조항도 포함되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이번 법안 개정이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과 항공기 운항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점을 강조한다. 대북전단 살포가 북한의 예측 불가능한 군사적 도발을 유발할 수 있으며, 실제로 북한이 "오물 풍선" 등으로 맞대응하면서 접경지역의 긴장이 고조된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형 풍선이 항공기 엔진에 빨려 들어가거나 항로를 방해할 경우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잠재적 위험성도 법안 추진의 주요 근거로 제시됐다. 법안은 다만 기상관측이나 연구개발, 개인의 취미 활동 등 공익적 목적이나 사적 이용에 대해서는 예외 조항을 두어 과잉 규제 논란을 최소화하려 했다.
반면 국민의힘과 보수 시민단체들은 해당 법안이 항공 안전을 명분으로 내세웠을 뿐, 실질적으로는 북한 주민의 알 권리와 우리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을 통해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했던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이 2023년 9월 헌법재판소로부터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받은 바 있다. 야당은 이번 항공안전법 개정안이 이름과 소관 상임위만 바꾸었을 뿐, 본질적으로 위헌 결정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제2의 김여정 하명법"에 불과하다고 규정했다. 법안 처리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당의 일방적인 처리에 항의하며 표결에 불참하고 퇴장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이 문제는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공익적 가치와 민주주의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적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안보 위협을 해소하고 남북 간의 불필요한 긴장 고조를 막아야 한다는 현실론과 어떠한 이유로든 북한 독재 체제의 실상을 알리고자 하는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국토위의 문턱을 넘은 법안이 이제 국회 본회의 통과라는 마지막 관문을 향해 가는 가운데, 안보와 자유라는 두 가치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