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청을 해체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26일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대한민국 사법 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이번 개정안을 두고 여야는 각각 "민주주의의 성숙"과 "국가 시스템 붕괴"라는 극단적 평가를 내놓으며 막판까지 치열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강제 종료하고서라도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물리적 충돌의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오늘 드디어 이재명 정부의 밑그림이 될 정부조직법이 통과되고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던 검찰개혁도 힘차게 닻을 올린다"며 법안 처리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는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은 이제 휘두를 수 없게 될 것"이라 단언하며, "역사는 오늘 저녁 7시를 기점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성숙했다고 기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국민적 열망이 이뤄낸 성과라며, 추석 귀성길에 국민에게 검찰청 폐지 소식을 전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어 기쁘다는 개인적 소회도 밝혔다. 민주당은 이번 검찰개혁을 시작으로 사법개혁과 언론개혁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며 개혁의 페달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해당 개정안을 "국가의 미래와 민생 경제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개악법"으로 규정하며 결사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나쁜 정부 조직 개편으로 국민만 피해를 보게 될 법안"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검찰의 수사와 기소 기능 분리가 결국 "수사와 재판을 한없이 지연시키고 수사 기관 간 업무 핑퐁만 늘어나게 해 범죄자들만 박수 칠 개악"이라고 주장했다. 개정안에 포함된 기획재정부 분리안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송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집권 여당 입맛대로 예산권을 독점해 국가 재정을 쌈짓돈처럼 쓰려는 포퓰리즘 정권다운 발상"이라고 지적하며 정부의 재정 운용 철학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드러냈다.
양측의 대립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현행 조직 유지 결정 과정에서도 확인됐다. 송 원내대표는 "정무위 소속 의원들의 저항과 필리버스터 압박, 금감원 직원들의 투쟁 덕분에 금융 감독 체계 졸속 개편 시도를 무산시켰다"고 자평하면서도, 이를 빌미로 필리버스터 중단을 요구하는 여당을 향해서는 "'헌집 줄게, 새집 다오'라는 동요만도 못한 놀부 심보"라며 협상의 여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존의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 기소와 공소 유지는 공소청이 각각 전담하게 된다. 87년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 형사사법 시스템의 가장 큰 변화로 기록될 이번 표결을 앞두고 국회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법안의 향방에 따라 향후 정국은 예측 불가능한 격랑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