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법 체계의 근간을 이뤄온 검찰청이 설립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재명 정부의 첫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한국의 형사사법 시스템은 대대적인 구조적 변화를 맞게 됐다.
개정안 통과는 순탄치 않았다. 전날 본회의에 법안이 상정되자 국민의힘은 무제한 토론, 즉 필리버스터를 통해 총력 저지에 나섰다. 첫 주자로 나선 박수민 의원은 17시간 12분간 반대 토론을 이어가며 역대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경신하는 등 강하게 저항했다. 박 의원은 "수사 지연의 피해는 가장 힘없는 국민에게 간다"며 개혁안이 국민적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은 24시간이 지난 시점에 표결을 통해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시켰다. 이어진 표결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개정안은 재석 174표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국회 문턱을 최종적으로 넘었다. 여당은 "정권마다 공작하는 검사를 없애고 수사 전문가들로 중대범죄수사청을 구성하면 수사가 훨씬 빨라질 것"이라며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은 검찰청 폐지 외에도 대대적인 정부 부처 개편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막강한 권한을 가졌던 기획재정부는 예산 기능을 담당하는 국무총리실 산하 '기획예산처'와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로 분리된다. 또한 기후 위기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환경부와 산업부의 일부 기능을 통합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신설된다.
법안 통과에 따라 기존 검찰청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9월 공식 해체된다. 이후 법무부 산하에 기소 및 공소 유지를 전담하는 '공소청'이, 행정안전부 산하에는 수사를 전담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이 각각 신설되어 본격적인 수사·기소 분리 시대를 열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