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재수사에 들어갔다. 류 전 위원장은 재임 당시 특정 민원을 조작하거나 제3자를 통해 민원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최근 관련 고발장을 접수하고 사건을 재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말 방심위 전·현직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한 데 이어, 이번 주부터는 류 전 위원장 측의 당시 지시 정황과 외부 민원인 간의 연계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민원사주 의혹’은 류 전 위원장이 2023년 특정 방송 프로그램 제재를 유도하기 위해 외부 인사를 동원해 방심위에 민원을 제기하도록 했다는 의혹에서 비롯됐다. 방심위 내부 보고서에는 당시 일부 민원이 접수 직후 안건으로 상정되고, 심의 절차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진행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시민단체와 일부 방심위 관계자들은 “류 전 위원장이 특정 언론 보도를 문제 삼기 위해 사전 조율된 민원을 이용했다”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지난 6월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고, 이에 고발인이 이의신청을 제기하면서 사건이 다시 경찰로 넘어왔다.
경찰 관계자는 “고발인 측이 추가 자료를 제출했고, 일부 참고인 진술에서도 당시 민원 접수 경위가 불투명하다는 진술이 나왔다”며 “관련자 통화내역과 내부 문건을 확보해 사실관계를 면밀히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류 전 위원장은 “방심위의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업무를 처리했을 뿐, 민원을 사주하거나 외부 개입을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경찰은 조만간 류 전 위원장을 직접 소환해 당시 의사결정 경위와 민원 접수 과정의 적법성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이번 재수사는 방송심의 기구의 공정성과 독립성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방심위는 최근 ‘특정 성향의 심의 편중’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사건 결과가 향후 위원회 운영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