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 현장을 수습하던 경찰관과 민간 견인차 기사가 졸음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4일 새벽 전북 고창군 인근 서해안고속도로에서 벌어진 이번 참사로 현장 통제 중이던 경찰관 1명과 견인차 운전자 1명이 현장에서 사망하고, 구급대원을 포함한 9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총 1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전북경찰청과 전북자치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사고는 이날 오전 1시 23분경 전북 고창군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서울 방향) 고창분기점 인근에서 시작됐다. 초기 사고는 1차로에 멈춰 서 있던 음주운전 차량을 뒤따르던 차량 두 대가 잇따라 추돌하면서 발생한 연쇄 사고였다. 신고를 받고 즉시 출동한 전북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12지구대 소속 이승철(55) 경감과 민간 견인차 기사 A(30대)씨는 2차 사고 예방을 위해 현장에서 차량을 통제하며 수습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비극은 사고 수습이 한창이던 오전 1시 55분경 발생했다. 뒤쪽에서 주행하던 SUV 차량이 사고 현장을 발견하지 못한 채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덮친 것이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던 이 경감과 견인 기사 A씨가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또한 현장에 투입되었던 119 구급대원 2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SUV 운전자와 동승했던 가족 4명, 다른 사고 차량 탑승자 등 9명이 인근 병원으로 분산 이송되어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를 낸 SUV 운전자는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가해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깜빡 잠이 들어 사고 현장을 보지 못했다"며 졸음운전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순찰차와 견인차, 구급차 등이 모두 경광등을 켜고 비상 조치를 취하고 있었음에도 SUV 차량이 제동 없이 돌진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와 고속도로 CCTV를 확보해 과속 여부 및 정확한 사고 경위를 정밀 분석 중이며, SUV 운전자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이번 사고로 순직한 이승철 경감은 평소 성실한 업무 수행으로 동료들의 신망이 두터웠던 베테랑 경찰관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전북경찰청은 고인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영결식을 오는 6일 오전 10시 전북경찰청사 1층 온고을홀에서 전북경찰청장장(葬)으로 엄수하기로 결정했다. 민간인 희생자인 견인차 기사 A씨에 대해서도 유가족과 협의해 장례 절차를 지원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고속도로 사고 현장은 2차 추돌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에 수습 시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지만, 졸음운전 앞에서는 통제 인력조차 무방비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심야 시간대 고속도로 주행 시 운전자들은 전방 주시를 철저히 하고 사고 징후 발견 시 즉시 서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부와 경찰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고속도로 2차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 장비 확충 및 현장 대응 매뉴얼 재점검에 착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