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를 둘러싼 파열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청래 대표의 전격적인 합당 제안 이후 당 지도부와 당원들 사이에서 절차적 정당성과 정치적 득실을 따지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며 당내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당내의 격앙된 분위기를 전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지지자들의 반발이 예상치를 웃돌고 있다는 점을 시인하며 당원들이 느끼는 당혹감과 일부 최고위원들이 표출한 모멸감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특히 본인에게 전달된 수백 건의 메시지 중 절대다수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는 점을 언급하며 현재 당심이 심상치 않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내부 진통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당내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독단성 여부다. 이언주 수석최고위원을 비롯한 지도부 구성원들은 정 대표가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추진하면서 최고위원들과 사전 논의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강력히 비토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최고위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대표의 사과를 촉구하는 등 집단적인 행동에 나섰다. 이는 당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 문제로 번질 수 있는 대목이다.
둘째는 합당 발표의 시점과 그에 따른 정무적 판단에 대한 의문이다. 반대파 의원들은 대통령 기자회견과 경제적 지표가 주목받던 시점에 합당 논의를 수면 위로 올림으로써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다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박 수석대변인은 조국혁신당 측과의 협의 과정에서 발생한 시간적 제약 등 촉박했던 내부 사정을 설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상대측의 긍정적인 답변이 발표 직전에야 확정되면서 절차를 밟을 여유가 부족했다는 취지다.
이처럼 거센 내부 반등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도부가 합당 카드를 내려놓지 못하는 배경에는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에 대한 절박함이 깔려 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현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이자 정권 심판의 마침표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여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박빙으로 나타나는 등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자 야권 통합을 통한 지지층 결집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박 수석대변인은 지방선거에서의 압승이 단순히 정당의 승리를 넘어 역사적 의미를 완성하는 길임을 강조하며 당원들의 이해를 구했다. 선거 구도가 야권에 유리하게만 흘러가지 않는 상황에서 외연 확장과 세력 통합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논리다. 또한 최종적인 합당 여부는 당원 투표라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결정될 것임을 분명히 하며 반대 여론을 수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정청래 대표 역시 조만간 당내 소통 부재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사과의 뜻을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도부 내 갈등을 조기에 수습하고 합당 논의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하지만 당원들의 감정적 거부감과 지도부 내의 계파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진통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당 논의가 민주당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향후 전개될 내부 설득 과정과 조국혁신당과의 구체적인 통합 조건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물리적인 결합을 넘어 화학적 융합을 이뤄내지 못할 경우 오히려 중도층의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야권 통합이라는 승부수가 지방선거의 압승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당내 분열의 불씨가 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