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최근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배 의원이 당의 공식 결정과 배치되는 입장을 시당 전체의 의사인 것처럼 표명하고, 이 과정에서 공천 영향력을 앞세워 당원들에게 압박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결과다.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민의힘 윤리위는 지난달 30일 배 의원에 대한 제소장을 접수했다. 제소장에는 배 의원이 서울시당 소속 인사들에게 특정 정치적 입장을 담은 성명서에 이름을 올리도록 반복적으로 종용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권을 쥔 시당위원장의 요구가 예비후보자들에게는 사실상 거부하기 어려운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취지다.
배 의원은 당내 징계 절차 외에도 형사 고발 대상이 된 상태다. 일부 당원들은 배 의원을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초상권 침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배 의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을 비판한 일반인의 가족사진을 그대로 노출하며 비난을 유도했다는 점이 고발 사유로 적시됐다.
당내 갈등은 배 의원 개인에 그치지 않고 계파 간 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들은 4일 회의를 열고 친한계 정성국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정 의원이 최근 의원총회에서 원외 인사인 조광한 최고위원의 참석 자격을 문제 삼으며 거친 언사를 주고받은 점이 발단이 됐다.
현장에서는 정 의원의 태도를 두고 비판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한 당협위원장은 "정 의원이 유감을 표명한다면 상황을 지켜보자는 내부 의견이 있었으나, 이후 조 최고위원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면서 제소는 불가피한 수순이 됐다"고 전했다. 앞서 열린 의원총회 당시 정 의원과 조 최고위원 사이에서는 고성과 반말이 오가는 등 험악한 상황이 연출된 바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번 윤리위 제소와 당협위원장들의 집단행동이 당내 주도권 다툼의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외 인사들과 친한계 현역 의원들 사이의 감정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윤리위가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계파 간 대립은 정점으로 치닫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윤리위는 조만간 소명 절차를 거쳐 징계 개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당의 공식 방침과 다른 목소리를 낸 배 의원의 행위가 당론 위배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동료 당직자를 향한 정 의원의 언행이 당의 품위를 훼손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개인 징계를 넘어 차기 지방선거 공천권과 당 운영 방향을 둘러싼 권력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가 이번 갈등을 조기에 수습하지 못할 경우 당의 결속력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윤리위의 결정이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결과로 나타날 경우, 패배한 진영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당내 내홍은 장기화할 여지가 크다. 당원 간 고발전까지 가세한 이번 사태가 공천 규정과 당권 향배에 미칠 영향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