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재판소원법과 대법관 증원법에 대해 정면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조 대법원장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출근길에서 취재진과 만나 해당 법안들이 헌법과 국가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사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재판소원제 도입과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24명으로 대폭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은 사법 서비스의 질 향상과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워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안은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을 앞둔 상태다.
조 대법원장은 청사 현관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 증원법이 사법부 독립과 재판의 최종성에 미칠 영향에 대해 묻자 "이 문제는 국가 질서의 큰 축을 이루는 문제"라고 규정했다. 이어 "공론화를 통해 충분한 숙의가 우선되어야 한다"며 "성급한 입법은 결국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재판소원제가 도입될 경우 법원의 판결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뒤집힐 가능성이 열리면서 사실상 4심제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대법관 증원 역시 심리의 효율성보다는 최고법원으로서의 판례 통일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법원 내부에서 감지된다.
민주당은 사법 개혁의 일환으로 이번 회기 내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대법원장이 직접 국민 피해를 언급하며 제동을 걸고 나선 만큼 향후 입법 과정에서 법원과 정치권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간의 권한 중첩 문제와 사법 체계의 대대적인 개편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격화될 수밖에 없다. 국회와 사법부의 협의 과정에서 조 대법원장이 언급한 숙의의 절차가 실제로 확보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