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조국혁신당과의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전격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합당 절차를 둘러싼 당내 반발이 '내전' 수준으로 격화되면서 선거 승리를 위한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를 수용한 결과다. 이로써 20일 가까이 이어온 야권 통합 논란은 '지방선거 후 재논의'라는 과제를 남긴 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0일 저녁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통합 논란보다 화합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했다"며 합당 추진 중단을 공식 발표했다. 정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으나 당 안팎의 우려로 인해 통합을 통한 상승작용에 어려움이 생긴 것이 사실"이라며 추진 배경과 철회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결정에는 당내 광범위한 반대 여론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날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에 나선 의원 20여 명 중 대다수가 "합당은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고 지금은 선거 연대에 집중하자"는 의견을 냈다. 특히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 등 지도부 내부에서조차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으며 강하게 반발했고, 원외 세력과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이 가세하며 정 대표를 압박했다.
당내 권력투쟁 양상도 고스란히 노출됐다. 광역단체장 출마를 준비하는 의원들과 기초단체장 후보군 사이에서 '친청 대 반청' 구도가 형성됐으며, 중도 확장이 절실한 지방선거에서 선명성을 강조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반대론에 힘을 실었다. 퇴각로를 찾던 정 대표 측은 결국 '질서 있는 후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정 대표는 향후 통합의 불씨를 완전히 꺼트리지는 않았다. 정 대표는 "통합이 승리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믿음은 변함없다"며 "통합준비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지방선거 이후 합당 논의를 재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언주 최고위원은 회의 직후 "그때 가서 같이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모르는 일"이라며 온도 차를 드러냈다.
회의 과정에서 '대통령실 배후설'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강득구 최고위원이 페이스북에 "홍익표 정무수석을 만났는데 지방선거 후 합당이 대통령의 바람이라고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가 삭제하면서다. 사실상 최고위 결정 사항과 일치하는 내용이어서 당무에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으나, 청와대 측은 "합당은 당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이번 결정으로 당내 갈등을 봉합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합당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계파 간의 감정 골과 지도부의 리더십 상처는 향후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