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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늘이 내린 약초, 천마…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조용한 반란’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 입력 26-02-11 15:37



예로부터 천마(天麻)는 ‘하늘이 내린 약초’라 불렸다. 뿌리도 잎도 없이 난초과 식물에 기생해 자라는 독특한 생태, 

비료와 농약이 닿으면 스스로 녹아버리는 까다로운 환경 조건. 인간의 손길보다 자연의 섭리에 더 의존하는 이 식물은 애초부터 ‘인공’과는 거리가 먼 존재였다.

그래서일까. 천마는 오랫동안 민간요법과 한방에서 귀한 약재로 대접받아 왔다. 어지럼증, 두통, 신경계 질환, 혈압 안정 등 ‘머리와 혈관’에 좋다는 입소문은 세대를 건너 이어졌다. 동의보감에도 기록이 남아 있다. 그 효능이 과장이든 경험이든, 최소한 천마는 우리 민초들의 삶 속에서 

‘믿고 먹는 약초’였다.

그런 천마가 이제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홍삼 일색이던 국내 건강식품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소비자는 더 이상 ‘비싼 브랜드’만 찾지 않는다.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어떻게 재배했는지, 정말 몸에 도움이 되는지 묻는다. 성분과 원산지, 재배 방식까지 따진다. 이른바 ‘깐깐한 소비’다.

천마는 이 흐름과 절묘하게 맞물린다.
첫째, 재배 자체가 친환경이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할 수 없다. 쓰는 순간 천마가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다. 100% 자연 재배라는 말이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생존 조건’인 셈이다.

둘째, 신경 안정과 혈행 개선, 항산화 작용 등 기능성 연구도 꾸준히 축적되고 있다. 현대인의 고질병인 스트레스성 두통, 수면 장애, 고혈압 관리와 맞닿아 있다.
쉽게 말해 ‘지금 시대가 원하는 약초’다.
문제는 방향이다.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약초는 산업이 된다. 산업은 규모를 키우고, 규모는 이익을 쫓는다. 

여기서 무리한 과장 광고와 효능 왜곡이 시작된다. “만병통치”, “기적의 치료”, “먹기만 하면 낫는다”는 식의 문구가 붙는 순간, 천마의 가치는 오히려 떨어진다.
신뢰를 잃으면 약초도, 기업도 함께 무너진다.

천마 산업이 성공하려면 해답은 단순하다. 과장 대신 과학, 포장 대신 데이터, 판매 대신 신뢰다. 재배 이력 공개, 원료 함량 명시, 임상 기반 기능성 검증 같은 ‘정직한 정보’가 경쟁력이 되어야 한다.

건강은 유행이 아니다. 한 번 속으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영역이다.
천마는 원래 조용한 식물이다. 깊은 산 그늘에서 묵묵히 자란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도 그 본성을 닮아야 한다. 요란한 광고보다 꾸준한 품질, 단기 매출보다 장기 신뢰.

하늘이 내린 약초라면, 사람의 욕심이 아니라 사람의 건강을 먼저 생각할 때 비로소 제값을 할 것이다.

천마의 진짜 경쟁력은 ‘신비’가 아니라 ‘정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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