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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여섯 생명을 깨운 열여섯 소녀, 사랑은 죽음을 건넜다.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 입력 26-03-03 14:05



“아빠, 다음 생에도 꼭 아빠 딸로 태어날게. 사랑해.”
열여섯 소녀가 남긴 마지막 인사는 울음이 아니라 약속이었다. 이별의 문장 같았지만, 실은 누군가의 내일을 여는 열쇠였다. 

차가운 병실 공기 속에서 소녀는 자신의 삶을 여섯 갈래의 희망으로 나누었다. 그 선택은 한 가족의 비극을, 여섯 가정의 기적으로 바꾸었다.

우리는 종종 청소년을 ‘아직 어리다’고 말한다. 판단은 미숙하고, 세상은 더 배워야 한다고 단정한다. 

그러나 삶의 끝자락에서 타인을 먼저 떠올린 이 아이 앞에서 그 말은 힘을 잃는다. 누군가는 생을 움켜쥐려 할 순간, 그는 생을 건넸다. 심장은 멈췄지만, 사랑은 멈추지 않았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통계는 냉정하다. 이식 대기자는 늘어가고, 기증은 여전히 부족하다. 숫자로 적히는 ‘대기’의 시간은 누군가에겐 하루하루가 절박한 생존의 시간이다. 

소녀의 결단은 그 숫자 위에 온기를 얹었다. 여섯 명의 환자는 새로운 숨을 얻었고, 여섯 가정은 다시 식탁에 웃음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남겨진 부모의 시간은 어떠했을까. 딸의 체온이 사라진 자리에, 딸의 뜻이 남았다. 상실은 깊었고, 선택은 더 깊었다. 그러나 부모는 알았을 것이다. 

아이가 끝까지 ‘누군가의 딸’로, ‘누군가의 희망’으로 살고 싶어 했다는 것을. 그 결단은 슬픔을 넘어선 용기였고, 사랑의 가장 높은 형식이었다.

우리는 죽음을 끝이라 배운다. 그러나 이 아이는 보여주었다. 죽음이 반드시 단절은 아니라고. 한 생이 멈추는 자리에서 다른 생이 시작될 수 있다고. 여섯 개의 심장이 다시 뛰는 순간, 열여섯의 나이는 더 이상 숫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품격이었고, 책임이었으며, 사랑의 증명이었다.

사랑은 길고, 생은 짧다. 그러나 사랑이 남긴 흔적은 길을 낸다. 누군가의 몸속에서 다시 뛰는 심장, 다시 맑아진 눈, 다시 숨 쉬는 폐. 그 모든 것이 소녀의 또 다른 오늘이다. 

“다음 생에도 아빠 딸로 태어날게.” 그 문장은 눈물의 고백이 아니라, 영원을 향한 다짐이다.

우리는 묻는다. 과연 우리는 타인의 절박함 앞에서 얼마나 용기 있는가. 나의 일부를 떼어 누군가의 내일에 건넬 수 있는가. 

열여섯 소녀는 말 대신 선택으로 답했다. 그래서 그는 떠났으되 사라지지 않았다.
여섯 사람의 삶 속에서, 그리고 우리 사회의 양심 속에서, 그 아이는 여전히 살아 있다. 

죽음을 건너 사랑으로 남은 이름. 그 이름 앞에서 우리는 잠시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조용히 다짐한다. 그가 남긴 빛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또한 누군가의 내일이 되겠다고.

삼가 고인의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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