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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가짜 일감' 의혹 SK텔레콤에 500억 원대 세금 추징

정한영 기자 | 입력 26-05-12 09:37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SK그룹 계열사 간 허위 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포착하고 SK텔레콤에 500억 원 규모의 세금을 부과했다. 국세청은 SK텔레콤이 투입 인력이나 실체가 없는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부당하게 감면받았다고 판단했다. SK텔레콤은 과세 당국의 이 같은 조치에 반발해 조세심판원에 불복 절차를 밟고 있다.

조사 당국이 문제 삼은 대목은 과거 SK주식회사와 합병을 앞둔 SK AX(전 SK C&C)와의 거래 내역이다. 당시 최태원 회장이 40% 이상의 지분을 보유했던 SK AX는 SK텔레콤으로부터 대규모 IT 프로젝트들을 수주했다. 국세청은 내부 조사 과정에서 해당 프로젝트들이 실제 인력 투입 없이 계약 금액만 설정된 가공 거래라는 점을 명시했다. 거래 구조상 SK텔레콤은 비용 처리를 통해 법인세를 줄였고, SK AX는 매출 증대와 함께 부가가치세 환급 이득을 챙겼다는 것이 과세 근거다.

현장 관계자들의 진술은 구체적이다. 당시 프로젝트에 관여했던 직원은 실체가 없는 사업들이 대량으로 등록되는 과정을 목격했으며 이를 명백한 가공 거래로 인식했다고 증언했다. 국세청은 이러한 내부 문건과 진술을 바탕으로 장부상으로만 존재하는 일감을 통한 사익 편취 및 탈세 행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500억 원이라는 추징금 액수는 가공 거래 규모와 그에 따른 부당 이득액을 산정한 결과물이다.

SK텔레콤은 국세청의 과세 처분이 내려진 직후 조세심판을 청구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사측은 과거 검찰이 동일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 내리고 불기소 처분을 했다는 점을 핵심 방어 논리로 내세우고 있다. 형사상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 사안에 대해 행정적으로 거액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과세 당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은 형법상 범죄 사실의 입증이 까다로워 내려진 결정일 뿐, 세법상 과세 요건 충족 여부와는 별개라는 판단이다. 형사 책임이 면제되더라도 장부상 허위 거래가 존재하고 이로 인해 세액 산출에 왜곡이 발생했다면 과세 처분은 정당하다는 논리가 충돌하고 있다. 실제 법조계에서도 조세법령에 따른 과세 요건과 형법상 처벌 요건은 동일하게 취급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세심판원은 지난해 하반기 SK텔레콤의 불복 청구를 접수했으나 현재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통상적인 심리 기간인 90일을 훌쩍 넘긴 6개월 이상 검토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사안의 복잡성과 대기업 계열사 간 합병 전후의 특수한 거래 관계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양측의 대립이 첨예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심판원의 결정에 따라 국세청의 추징이 확정될지, 아니면 SK텔레콤이 판정승을 거둘지 결정된다.

이번 사건은 계열사 간 내부 거래를 이용한 법인세 절감 행위에 대해 과세 당국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특히 총수 일가의 지분이 높은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정황이 국세청의 정밀 조사로 드러난 만큼, 향후 조세심판원의 판단 결과에 따라 재계 전반의 일감 몰아주기 과세 기준이 재정립될 수 있다. 내부 거래의 실체와 비용 처리의 적정성을 둘러싼 법적 공방은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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