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으로 전국 점포 운영을 중단했던 홈플러스가 약 3주 만에 일부 매장의 문을 다시 열었다. 2000억원의 긴급운영자금을 확보한 뒤 핵심 점포 67곳을 시범 운영하며 오는 13일 정식 영업 재개를 준비한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전날부터 전국 67개 점포에서 가오픈에 들어갔다. 지난달 13일 대형마트 전 점포를 임시 휴업한 지 25일 만이다. 가오픈 기간은 12일까지이며 상품 입고와 진열, 물류 공급망, 냉장·냉동 설비, 계산대와 전산 시스템 등을 점검한다.
매장은 시범 운영 기간에도 고객을 받는다. 다만 상품 입고가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점포별로 판매 품목과 재고 수량에는 차이가 있다. 홈플러스는 신선식품과 생필품, 자체브랜드 상품을 우선 확보해 매대 구성을 정상화하고 있다.
CJ제일제당과 대상 등 주요 식품업체의 상품도 직납 방식으로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다. 물류센터에 보관돼 있던 자체브랜드 상품은 재개장 대상 매장으로 옮겨지고 있다. 직원들은 상품 진열과 설비 작동 여부를 확인하며 정식 개장 준비를 이어갔다.
이번 영업 재개는 메리츠금융그룹에서 조달한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이 집행되면서 가능해졌다.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회사에 빌려주는 신규 자금인 DIP 금융으로, 홈플러스는 이를 상품 대금과 연체 임대료 지급, 점포 운영 정상화 등에 투입하기로 했다.
홈플러스는 매출과 상품 회전율이 높은 67개 점포를 먼저 선정했다. 온라인 배송은 즉시 운영할 수 있는 수도권 16개 점포부터 순차적으로 재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영업망 전체를 한꺼번에 정상화하기보다 매출 회복 가능성이 큰 점포에 자금을 우선 투입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뒤 납품업체의 상품 공급 중단과 매장 재고 부족을 겪었다. 자금 사정이 악화되자 지난달 대형마트 전 점포의 임시 휴업에 들어갔으며, 협력업체 미지급 대금과 임대료·인건비 부담도 누적됐다.
서울회생법원은 한때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지만 2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이 이뤄지자 회생절차를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점포 영업 정상화와 함께 회생계획 수립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긴급운영자금만으로 경영 정상화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67개 점포의 초도 상품 확보와 밀린 비용 지급에 상당한 자금이 들어가는 데다, 휴업 기간 이탈한 고객과 납품업체를 다시 끌어와야 한다. 상품 종류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으면 점포를 열어도 매출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
오는 13일 정식 영업이 시작되면 점포별 상품 공급 수준과 고객 유입 규모가 홈플러스의 회생 가능성을 가늠할 첫 지표가 된다. 2000억원의 긴급 자금이 단기 운영비를 충당하는 데 그칠지, 매출 회복과 추가 자금 확보로 이어질지가 남은 쟁점이다.
주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