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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1주년 사설) 광복은 끝난 역사가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오늘이다

이명기 논설위원 (대기자) | 입력 26-08-14 09:21



2026년 8월 15일, 우리는 제81주년 광복절을 맞는다.

1945년 8월 15일, 빼앗겼던 나라가 해방의 빛을 되찾은 지 81년이 흘렀다. 한 인간의 삶으로 본다면 긴 세월이고, 한 국가의 역사로 본다면 결코 길다고만 할 수 없는 시간이다.

오늘 우리가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아래 자유롭게 살아가고, 우리말과 우리글을 사용하며, 우리의 국기를 내걸고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저절로 주어진 일이 아니다.

그 자유의 밑바탕에는 이름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한 수많은 독립운동가와 평범한 민중의 희생이 있었다.

누군가는 가족과 이별했고, 누군가는 재산을 내놓았으며, 누군가는 차가운 감옥에서 고문을 견뎌야 했다. 또 누군가는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한 채 타국의 이름 없는 땅에서 생을 마쳤다.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은 단순히 국토만이 아니었다.

우리의 이름으로 살아갈 권리, 우리의 말을 사용할 권리, 스스로 나라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 그리고 인간답게 살아갈 자유였다.

그 간절한 염원 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서 있다.

태극기를 다시 바라본다

광복절 아침 태극기를 바라보는 마음은 남달라야 한다.

오늘날 태극기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다. 관공서와 학교, 국제 스포츠 경기와 각종 국가 행사에서 자연스럽게 마주한다.

그러나 나라를 빼앗겼던 시대에는 태극기를 마음껏 펼쳐 드는 것조차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다.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는 일이 죄가 되었고, 우리 민족이 스스로 주인이라고 선언하는 일이 탄압의 대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선조들은 태극기를 품었다.

감옥에서도 독립을 외쳤고, 만주와 연해주, 중국과 세계 곳곳에서 조국의 이름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이 그렇게까지 지키고 싶었던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지금 살아가고 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광복절은 단순한 휴일일 수 없다.

광복의 역사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역사이기도 하다

우리는 광복절이면 안중근, 윤봉길, 유관순, 김구와 같은 독립운동의 상징적 인물들을 기억한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기억해야 할 사람들이 더 있다.

역사책에 이름 한 줄 남기지 못한 독립운동가들이다.

독립군에게 밥 한 끼를 내어준 사람, 자신의 집을 은신처로 내어준 사람, 독립자금을 전달한 사람, 비밀리에 태극기를 만든 사람, 만세운동에 참여했다가 끌려간 학생과 농민, 노동자와 상인들….

그 수많은 평범한 사람의 용기와 희생이 모여 역사의 거대한 물줄기를 만들었다.

그래서 광복은 몇몇 영웅만의 역사가 아니다.

우리 민족 전체가 함께 만들어낸 희생과 저항의 역사다.

그 이름 없는 희생을 기억하는 것이 후손인 우리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독립운동가들은 어떤 대한민국을 꿈꾸었을까

광복 81주년을 맞으며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독립운동가들이 목숨을 걸고 되찾고자 했던 나라는 과연 어떤 나라였을까.

단순히 일본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그들의 꿈의 전부였을까.

그들은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 인간의 존엄이 존중받는 나라, 힘없는 사람도 법의 보호를 받는 나라를 꿈꾸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대한민국은 그 꿈에 얼마나 가까워졌는가.

우리는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전쟁의 폐허에서 산업화를 이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켰으며 문화·과학·기술·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와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이름은 이제 세계 곳곳에서 알려지고 있다.

우리 부모와 선배 세대가 피와 땀으로 만들어낸 놀라운 성취다.

그러나 국가의 진정한 발전은 경제 규모와 기술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억울한 사람이 없는 사회, 법과 원칙이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는 사회, 권력이 국민을 두려워하는 사회, 약자를 보호하고 다음 세대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광복의 정신은 결국 인간의 존엄과 자유, 정의와 책임으로 이어져야 한다.

역사를 잊는 순간 광복의 의미도 희미해진다

역사는 과거를 외우는 일이 아니다.

역사를 기억한다는 것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현재의 약속이다.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제대로 기억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일본이라는 국가와 일본 국민 전체에 대한 감정적 적대감을 후대에 물려주는 방식으로 역사를 기억해서는 안 된다. 미래를 향한 한일 협력과 국민 간 교류는 필요하다.

그러나 미래로 나아간다는 이유로 과거의 역사를 지워서도 안 된다.

역사적 사실을 사실대로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과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드는 일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오히려 진실을 토대로 할 때 더욱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 수 있다.

과거를 기억하되 증오에 머물지 않고, 미래를 바라보되 역사를 망각하지 않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그것이 광복 81주년을 맞는 대한민국의 자세여야 한다.

대한민국은 수많은 희생 위에 세워진 나라다

우리는 때때로 지금 누리는 자유와 권리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자유는 공짜가 아니었다.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이 있었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장에서 쓰러진 호국영령들이 있었으며, 민주주의를 위해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였던 시민들이 있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한 표의 권리, 언론과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법 앞의 평등 역시 수많은 사람의 희생과 노력 속에서 성장해 왔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어느 한 세력이나 어느 한 세대의 소유물이 아니다.

국민 모두의 것이며 다음 세대에게 온전히 물려주어야 할 공동의 자산이다.

광복절만 기억해서는 안 된다

해마다 8월 15일이 되면 태극기가 걸리고 독립유공자들의 이름이 언론에 등장한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에 대한 존경과 예우는 광복절 하루의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이 존경받고, 그 후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기억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완성된다.

우리가 독립운동가를 기억한다면 그들의 삶을 제대로 기록하고 교육해야 한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독립운동의 역사를 발굴해야 하며, 해외에 흩어진 기록과 유해를 찾는 노력도 계속되어야 한다.

후손들에게도 우리가 왜 광복절을 기념하는지 제대로 알려주어야 한다.

역사를 잊은 세대에게 역사의 책임을 요구할 수는 없다.

이제 우리가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

81년 전 선조들은 나라를 되찾기 위해 싸웠다.

이제 우리의 책임은 그들이 되찾은 나라를 제대로 지키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지킨다는 것은 거창한 구호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것, 서로의 생각이 다르더라도 존중하는 것, 거짓과 혐오보다 사실과 양심을 선택하는 것, 사회적 약자를 외면하지 않는 것, 자신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는 것 역시 나라를 지키는 일이다.

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여야가 다투더라도 국가와 국민 앞에서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광복과 독립의 역사를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선택적으로 이용해서도 안 된다.

독립운동가들이 목숨을 바쳐 되찾고자 했던 대한민국은 어느 정당의 나라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국민의 나라다.

정치가 국민을 갈라놓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

보수와 진보, 지역과 세대, 남성과 여성이라는 차이를 넘어 최소한 국가 공동체의 역사와 미래 앞에서는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

언론 역시 광복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언론인으로서 광복절을 맞는 마음도 무겁다.

언론의 자유 역시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다.

권력으로부터 독립하고 사실을 기록하며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는 것은 언론이 존재하는 이유다.

언론이 권력에 기대거나 진영의 논리에 갇혀 사실보다 편향을 앞세운다면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된다.

광복의 정신을 오늘의 언론에 적용한다면 결국 진실로부터 독립하지 않는 것, 그것이 언론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앞에서 겸손하고 권력 앞에서 당당하며 억울한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는 언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언론이 맡아야 할 역할은 여전히 크다.

81년 전 그날의 함성을 기억하며

1945년 8월 15일.

거리마다 사람들이 뛰어나왔을 것이다.

누군가는 태극기를 들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돌아오지 못한 가족을 생각하며 하늘을 바라봤을 것이다.

그날의 기쁨 뒤에는 너무나 많은 눈물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 우리가 맞는 광복절은 축하의 날이면서 동시에 기억과 추모의 날이다.

나라를 빼앗겼던 아픔을 기억하고, 되찾기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다시는 우리의 자유와 주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하는 날이다.

8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광복은 아직 우리에게 묻고 있다.

우리는 선조들이 꿈꾸었던 나라를 만들고 있는가.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지금보다 더 정의롭고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물려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는 정치인도, 언론인도, 공직자도, 국민도 예외일 수 없다.


광복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광복은 1945년 8월 15일에 완성되어 역사책 속으로 사라진 사건이 아니다.

광복의 가치는 오늘도 계속되어야 한다.

국가의 주권을 지키는 것,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는 것, 역사적 진실을 지키는 것,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다음 세대에게 책임 있게 넘겨주는 것.

그것이 오늘 우리가 이어가야 할 광복이다.

선조들은 나라가 없던 시대에 나라를 꿈꾸었다.

우리는 나라가 있는 시대에 더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 책임은 이제 우리에게 있다.

오늘만큼은 태극기를 바라보며 우리가 누리는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생각했으면 한다.

우리말로 가족의 이름을 부르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아이들이 대한민국의 이름 아래 꿈을 꾸는 일상.

그 평범한 일상을 위해 누군가는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내놓았다.

우리는 그 희생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한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께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그분들이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대한민국을 더욱 자유롭고 정의롭고 따뜻한 나라로 만드는 것이 살아 있는 우리의 의무임을 다시 새긴다.

2026년 8월 15일.

제81주년 광복절.

81년 전 선조들이 되찾은 빛을 이제 우리가 지켜야 한다.

그 빛을 다음 세대에게 더 밝게 물려주어야 한다.

그것이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에 답하는 길이며,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가장 진실한 방법이다.

역사를 기억하는 나라에는 미래가 있다.
희생을 기억하는 국민에게는 희망이 있다.
그리고 광복의 정신을 지키는 대한민국은 앞으로도 당당히 나아갈 것이다.

대한민국의 광복 81주년을 진심으로 기념한다.

한국미디어일보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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