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을 받는 스타 선수들만 팀 성적을 좌우한 것은 아니었다. 2026 KBO리그에서는 비교적 낮은 연봉을 받는 젊은 선수와 백업 자원들이 선발진과 불펜, 타선의 핵심으로 성장하며 구단의 전력 운용에 힘을 보탰다. 연봉 대비 출전 비중과 성적을 기준으로 각 구단에서 주목받은 선수들을 살펴봤다.
두산 베어스에서는 연봉 6300만원의 최민석이 선발진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프로 2년 차인 최민석은 시즌 중반까지 9승과 평균자책점 2점대 성적을 기록하며 선발진을 이끌었다. 선발투수 한 명의 연간 비용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리그 상황을 고려하면 두산이 얻은 전력 효과는 상당했다.
롯데 자이언츠에서는 김진욱이 기대에 부응했다. 2026년 연봉 7000만원인 김진욱은 10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5승과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데뷔 이후 제구 불안과 기복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 시즌에는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며 롯데 마운드의 주요 자원으로 성장했다.
LG 트윈스 우강훈은 연봉 4000만원으로 불펜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40경기 넘게 등판해 두 자릿수 홀드를 올리며 필승조에 진입했다. 접전 상황에서 등판하는 횟수가 늘면서 팀이 불펜을 운영할 수 있는 선택지도 넓어졌다.
KIA 타이거즈에서는 포수 한준수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연봉 1억원인 한준수는 3할에 가까운 타율과 장타력을 선보이며 공수에서 출전 비중을 높였다. 포수로서 투수진을 이끄는 동시에 중심 타선에서도 역할을 맡으면서 주전 경쟁 구도에 변화를 만들었다.
NC 다이노스 이우성은 1억6000만원의 연봉으로 꾸준한 공격력을 보여줬다. 3할대 타율과 100개가 넘는 안타를 기록하며 타선의 연결고리를 담당했다. 여러 타순과 수비 위치를 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선수단 운용에 도움이 됐다.
KT 위즈에서는 안현민이 중심 타자로 자리 잡았다. 연봉은 1억8000만원으로 크게 올랐지만 3할대 타율과 0.900을 웃도는 OPS를 기록하며 인상된 몸값 이상의 성과를 냈다. 장타 생산과 출루 능력을 함께 보여주며 KT 타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키움 히어로즈 김건희는 포수와 내야를 오가며 팀의 빈자리를 채웠다. 연봉 6200만원인 김건희는 90경기 안팎에 출전해 한 자릿수 홈런과 30타점 이상을 기록했다. 여러 수비 위치를 소화하는 활용도와 장타력을 바탕으로 키움의 차세대 주전 자원으로 평가받았다.
삼성 라이온즈에서는 양창섭이 선발진의 예상 밖 수확으로 꼽힌다. 연봉 8500만원인 양창섭은 3점대 평균자책점과 8승을 기록하며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다. 특히 패전 없이 승리를 쌓는 안정적인 투구로 삼성 마운드의 부담을 덜었다.
한화 이글스의 아시아쿼터 선수 왕옌청도 주목을 받았다. 연봉 10만달러에 계약한 대만 출신 좌완 왕옌청은 9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8승과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기존 외국인 선수보다 낮은 비용으로 선발진 한자리를 맡으면서 아시아쿼터 제도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가 됐다.
SSG 랜더스에서는 정준재가 연봉 1억3000만원으로 내야의 한 축을 담당했다. 2루수로 꾸준히 출전하며 90개 이상의 안타와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했고, 공수와 주루에서 고른 기여도를 보였다.
선수들의 실제 가치는 개인 기록만으로 확정하기 어렵다. 수비 범위와 주루, 이닝 소화, 승부처 기여도, 대체선수와의 성적 차이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구단마다 연봉 구조와 선수에게 맡긴 역할이 달라 특정 선수를 객관적인 가성비 1위로 단정할 수도 없다.
다만 저연봉 선수의 성장은 제한된 예산으로 장기 전력을 구축해야 하는 구단에 큰 자산이 된다. 올 시즌 활약이 연봉 협상과 주전 경쟁에서 어떤 평가로 이어질지, 일시적인 성적을 넘어 다음 시즌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가 남은 판단 기준이다.
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