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개 돌계단에서 신위를 모신 가마를 떨어뜨리는 파격적인 의식… 파괴와 재생, 풍년을 기원하는 일본의 신성한 전통
일본 3대 격렬한 가마 축제 중 하나… 에히메현 마쓰야마시의 독특한 가을 제례
일본에서는 신을 모시는 가마인 '미코시(神輿)'를 신성한 존재로 여기며 정성스럽게 다루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일본 에히메현 마쓰야마시에서는 이러한 상식을 뒤집는 독특하고 격렬한 전통축제가 이어지고 있다.
바로 신을 모신 가마를 높은 돌계단 아래로 반복해서 떨어뜨리는 '미코시 오토시(神輿落とし)' 행사다.
이 축제는 마쓰야마시 호조 지역에 위치한 구니쓰히코노미코토 신사(國津比古命神社)에서 진행되는 가을 제례의 대표적인 행사다.
특히 일본의 3대 격렬한 가마 축제 가운데 하나로 소개될 만큼 강렬한 장면과 독특한 전통으로 알려져 있다.
■ 39개 돌계단 아래로 던져지는 신성한 가마
축제의 절정은 신사 앞 39개 돌계단에서 펼쳐진다.
참가자들은 신을 모신 미코시를 계단 위에서 아래로 힘껏 떨어뜨린다. 가마가 완전히 부서져 내부에 모셔진 신령의 상징인 분령이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이 과정은 여러 차례 반복된다.
거대한 가마가 돌계단을 따라 굴러떨어지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러나 이 의식은 단순히 가마를 부수는 과격한 행위가 아니다.
■ 파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미코시 오토시에는 일본 전통 신앙의 독특한 세계관이 담겨 있다.
오래된 가마를 파괴하고 새롭게 제작한 가마에 신령을 모시는 과정은 재생과 새로운 출발을 상징한다.
또한 한 해의 풍요로운 수확을 기원하고 새로운 생명력과 신성한 힘을 맞이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겉으로 보기에는 파괴적인 행위지만, 그 안에는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재생을 소중히 여기는 공동체의 염원이 담겨 있는 것이다.
■ 일본 전통문화의 또 다른 얼굴
일본에는 이처럼 거칠고 역동적인 신앙 의식이 남아 있다.
가마를 서로 충돌시키거나 강물에 담그는 의식 등은 지역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전승되고 있다.
마쓰야마 호조 지역의 가을 축제에서도 가마를 강물에 넣어 정화하는 '미코시 미소기'와 전통 춤 등 여러 행사가 함께 펼쳐진다.
이러한 축제들은 지역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 오랜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 부서지는 것은 가마지만, 이어지는 것은 전통이다
신성한 가마를 파괴한다는 장면은 외부인의 시선에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미코시 오토시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오래된 것을 내려놓아야 새로운 것을 맞이할 수 있으며, 끝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종교 행사를 넘어 인간과 자연, 공동체가 함께 이어온 삶의 철학이기도 하다.
가마는 부서지지만 신앙은 이어지고, 낡은 것은 사라지지만 전통은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난다.
일본의 가장 격렬한 축제 중 하나로 알려진 미코시 오토시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이유도 바로 이 같은 파괴와 재생의 상징성에 있다.
한국미디어일보
일본 오사카지국 김하나 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