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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500명 채용 검토하는 경찰…과거 수임 사건 검증은 ‘공백’

이수민 기자 | 입력 26-10-12 11:06



경찰이 향후 5년간 변호사 출신 인력 500명 이상을 채용해 수사 부서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들의 과거 수임 사건과 근무 이력을 체계적으로 확인할 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직 로펌과 과거 의뢰인 관련 사건이 배당될 경우 이해충돌을 사전에 걸러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변호사 경력 경쟁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과거 수임 사건 내역을 제출받지 않고 있다. 이전에 근무했던 로펌이나 법률사무소 등 근무 경력도 필수 제출 항목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지원자가 우대 요건을 증명하기 위해 경력증명서를 내는 경우에도 확인되는 내용은 근무기관과 직급, 근무기간 등 기본적인 경력 사항에 그친다. 특정 사건을 수임했는지, 과거 의뢰인이 누구였는지 등은 확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임용 이후에도 별도 관리 체계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변호사 출신 경찰관의 이전 로펌 근무지와 수임 사건 이력을 별도로 취합하거나 관리하지 않고 있으며, 사건 배당 과정에서 과거 법률관계와 현재 수사 사건을 대조하는 전산 시스템도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이해충돌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는 사실상 해당 경찰관의 자진 신고와 회피 신청에 의존하고 있다. 변호사 출신 경찰관이 과거 의뢰인이나 전 소속 로펌과 관련된 사건을 맡게 되더라도 본인이 신고하지 않으면 사전에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다.

변호사 출신 경찰관도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른 사적 이해관계 신고와 회피 의무를 적용받는다. 하지만 사건 배당 전에 과거 수임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기초 자료가 관리되지 않는다면, 법률상 의무가 실제 통제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른 사법기관에는 일정한 제한 기준이 있다. 법관은 퇴직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전 소속 로펌이 해당 사건의 피고인이나 피해자 등을 대리하는 경우 형사소송법상 제척 대상이 된다. 과거 검찰도 검사윤리강령과 내부 운영지침을 통해 사건 관계인의 변호인으로 활동했던 검사가 해당 사건을 맡지 않도록 회피 기준을 둔 바 있다.

이는 변호사에서 공직 수사기관으로 자리를 옮긴 인력이 과거 업무 관계와 연결된 사건을 처리할 경우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경찰 역시 변호사 출신 수사관의 전문성을 활용하면서 동시에 전관예우와 이해충돌 우려를 줄일 별도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경찰은 변호사 출신 인력을 수사 부서에 배치하면 법률 검토와 수사 전문성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채용 규모가 확대될수록 과거 법률 업무와 현재 수사 업무 사이의 충돌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특히 기업 수사나 경제범죄, 형사사건처럼 사건 당사자와 변호사 업무의 연관성이 비교적 뚜렷한 분야에서는 사전 검증의 필요성이 더 크다.

박주민 의원은 “경찰의 현 제도는 이해충돌 방지를 개인의 회피 신청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변호사 경력 채용자들이 곧바로 직접수사 부서에 배치되는 만큼 후관예우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찰이 변호사 인력을 대규모로 채용하려면 수사 전문성 확보와 함께 이전 근무지, 수임 사건, 주요 의뢰인과의 관계를 확인하고 사건 배당 단계에서 자동으로 걸러내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채용 확대에 앞서 이해충돌 검증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가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를 좌우할 핵심 과제로 남았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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