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정규직 근로자가 867만명으로 늘어나면서 전체 임금근로자 10명 중 약 4명이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규모와 비중 모두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 격차도 194만원까지 벌어지면서 노동시장 내 고용 형태에 따른 소득 불균형 문제가 다시 부각됐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21일 발표한 “2026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867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만3000명 증가했다. 전체 임금근로자 2252만6000명 가운데 비정규직 비중은 38.5%로 집계됐다.
비정규직 규모와 비중은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2024년부터 3년 연속 증가했으며, 전체 임금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정규직 근로자는 1385만6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체 임금근로자 증가분 11만3000명 가운데 약 91%가 비정규직에서 발생한 셈이다. 정규직 비중은 61.5%로 낮아졌다.
근로형태별로는 한시적 근로자가 603만5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8만7000명 증가했다. 시간제 근로자는 438만2000명으로 15만2000명 늘었다. 반면 파견과 용역 등을 포함한 비전형 근로자는 178만6000명으로 4만8000명 감소했다.
한시적 근로자와 시간제 근로자는 중복 집계될 수 있어 각 유형의 인원을 단순 합산한 수치는 전체 비정규직 규모와 일치하지 않는다. 비정규직은 근로계약 기간과 근로시간, 고용관계 등에 따라 구분된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가 318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비정규직의 약 36.7%를 차지하며 지난해보다 13만5000명 증가했다. 전체 비정규직 증가 규모를 웃도는 수치다.
50대 비정규직은 164만7000명, 29세 이하 청년층은 148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청년층 비정규직은 지난해보다 6만4000명 감소했지만 30대에서는 3만9000명 증가했다. 고령층의 비정규직 증가와 청년층의 감소가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임금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최근 3개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11만2000원으로 정규직 근로자 월평균 임금인 약 405만원의 52.1% 수준에 머물렀다.
두 집단의 월평균 임금 차이는 약 194만원으로 지난해 180만8000원보다 13만2000원 확대됐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임금이 상승했지만 증가 폭에서 차이가 발생하면서 격차가 커졌다.
다만 월평균 임금 차이를 모두 동일한 업무에 대한 임금 차별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근로시간과 직종, 근속기간, 연령 구성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간제 근로자가 증가하면 전체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 수준에도 영향을 미친다.
근로복지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퇴직급여와 상여금, 시간외수당, 유급휴일 수혜율은 지난해보다 하락했다. 사회보험 가입률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서 낮아진 반면 고용보험에서는 상승했다.
임금뿐 아니라 퇴직급여와 유급휴일 등 근로조건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이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고용 형태에 따른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는 비정규직 근로형태를 자발적으로 선택한 비율과 평균 근속기간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증가가 모두 비자발적인 고용 불안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고령층에서는 은퇴 이후 소득을 확보하기 위해 시간제나 단기 일자리를 선택하는 사례가 존재한다. 반면 생계유지를 위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희망하지만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는 근로자도 있어 근로형태를 선택한 배경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특히 60세 이상 비정규직이 전체 증가세를 주도한 점은 고령화와 노동시장 변화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년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고령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일자리의 양적 확대뿐 아니라 임금과 사회보험, 근로조건에 대한 점검도 요구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력 운영의 유연성과 비용 부담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반면 근로자에게는 고용 지속성과 안정적인 소득, 복지 혜택이 핵심적인 문제다. 이러한 차이는 비정규직 보호 정책과 기업의 인력 운용 방식을 둘러싼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비정규직 근로자의 차별 개선과 고용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비정규직 규모가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수준으로 증가하고 임금 격차까지 확대되면서 기존 정책의 실효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임금근로자 증가분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에서 발생한 가운데 고령층 중심의 고용 확대가 노동시장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주요 쟁점이다. 비정규직 867만명 시대에 일자리 증가가 안정적인 소득과 근로조건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정규직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이 실제 고용 현장에서 효과를 내고 있는지가 남은 과제다.
정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