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뒤 추가 인상을 잠시 멈췄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경기 회복과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어 긴축 기조가 끝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2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00%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7월과 8월 각각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한 데 이은 동결 결정이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5월 연 2.50%로 내려간 뒤 장기간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올해 7월 기준금리를 연 2.75%로 올리며 긴축으로 방향을 전환했고, 8월에는 다시 연 3.00%로 인상했다.
이번 동결은 연속 인상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 소비와 투자, 부동산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한 속도 조절 성격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올릴 경우 취약차주와 자영업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금통위 결정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거론된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했지만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은 남아 있다. 반도체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제유가와 환율, 내수 회복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18일 국내 경제·경영학과 교수와 금융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19명인 95%가 10월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7월과 8월의 연속 인상 효과를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반면 응답자 18명인 90%는 다음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11월에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동결을 금리 인상 종료가 아닌 일시적인 숨 고르기로 해석한 것이다.
추가 인상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는 물가 흐름이다.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이 다시 확대되거나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오를 경우 수입 물가를 자극해 한국은행의 긴축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소비·투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위축되면 금리 인상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높은 금리가 이어지면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기준금리뿐 아니라 은행채와 금융채 금리, 자금 조달 비용 등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기준금리 동결이 대출금리 하락으로 곧바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예금금리도 시장금리의 움직임에 따라 차별화될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11월 회의를 앞두고 한국은행이 제시할 물가와 성장률 전망, 금통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동결이 한 차례의 속도 조절에 그칠지, 긴축 강도가 조정될지는 다음 회의까지 발표되는 물가·수출·가계대출과 환율 지표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백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