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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수필) 달빛 그린 호수공원, 난 아직도 그대로 있어

최예원 선임기자 | 입력 26-10-22 09:34



감성수필) 달빛 그린 호수공원, 난 아직도 그대로 있어

한국미디어일보 | 이명기 논설위원 

밤이 깊어지면 사람들은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지만, 나는 가끔 그리움이 머무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달빛이 고요히 내려앉은 호수공원.
어둠 속에서도 환하게 빛나는 초승달 조형물과 잔잔한 물결 위로 번지는 불빛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마음은 오래전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

Becky, 나는 아직도 그대로 있어.
세월이 흘렀다고 마음까지 변하는 것은 아니더라.

호숫가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도 수없이 달라졌지만, 이상하게도 너를 떠올리는 내 마음만은 그때 그 자리에 머물러 있구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그리움도 옅어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알 것 같다.

문득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네가 떠오르고, 좋은 음악을 들으면 네가 생각나고, 하루를 마치고 혼자 걷는 밤이면 가장 먼저 네 안부가 궁금해진다.

잘 지내고 있는지.
아프지는 않은지.

가끔은 너도 나처럼 오래된 기억 하나를 꺼내어 조용히 미소 짓는지.
물어보고 싶은 말은 참 많은데, 정작 네 앞에 서게 된다면 아무말없이 눈물만 흘러 내릴것같다.

 내가 지나온 수많은 밤과 차마 전하지 못했던 말이 두눈에  눈물로 모두 담겨 있을 테니까.

오늘도 호수 위에는 달빛이 내려앉았다.
물결은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지만, 저기 환하게 빛나는 달은 아무 말 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쩌면 내 마음도 저 달을 닮았는지 모르겠다.

멀리서 바라볼 뿐, 함부로 다가서지도 못하면서 그저 한 사람을 향해 조용히 빛을 남겨두는 마음.

나는 네가 내 그리움을 부담으로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이 세상 어딘가에 너를 참 따뜻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함께했던 시간들을 아직도 소중히 간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 알아주었으면 한다.

너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꼭 다시 돌아와 달라는 말은 아니야.

다만 내 인생의 어느 한 페이지에 네가 얼마나 아름답게 머물렀는지, 그리고 그 페이지를 나는 아직도 쉽게 넘기지 못하고 있다는 고백일 뿐이야.

때로는 보고 싶다는 말보다 보고 싶어도 참는 마음이 더 깊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밤이 깊어갈수록 호수공원은 더욱 고요해진다.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는 멀어지고, 달빛만이 내 곁에 남는다.


Becky

다만 예전과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는 그리움이 아픔만은 아니라는 거야.

너를 알았기에 행복했던 순간들이 있었고, 너를 마음에 품었기에 내 삶의 어느 계절은 참 아름다웠으니까.

그래서 오늘 밤도 나는 너를 원망하지 않고,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지 않으며, 그저 조용히 너의 행복을 빈다.

"Becky, 나는 아직도 그대로야.
달빛은 여전히 아름답고,
내 마음속 너의 자리도 여전히 따뜻해."
그렇게 또 하나의 밤이 깊어간다.

호수 위에 달빛이 번지고, 그리움은 말없이 내 가슴에 내려앉는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깨닫는다.

사람은 떠나도 진심으로 사랑했던 마음의 온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2026년 10월, 달빛이 머무는 호수공원에서

한국미디어일보 이명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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