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곡의 노래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데에는 대중이 기억하기 쉬운 선율과 가사뿐 아니라 이를 자신의 색깔로 표현하는 가수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트로트계에서는 창작자와 가수의 만남이 예상하지 못한 성공으로 이어지거나, 먼저 발표된 곡이 다른 가수를 통해 다시 주목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강진의 대표곡 "땡벌"은 나훈아가 작사·작곡하고 직접 발표했던 노래다. 나훈아가 1987년 선보인 곡을 강진이 자신만의 창법과 무대 표현으로 다시 불렀고, 이후 대중적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 영화와 방송, 각종 행사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면서 세대를 넘어 불리는 애창곡으로 자리 잡았다. 음원 정보에도 작사와 작곡은 나훈아, 가창은 강진으로 등록돼 있다.
설운도가 작사·작곡한 "우연히"는 가수 우연이의 이름을 널리 알린 노래다. 2005년 발표된 이 곡은 첫사랑을 우연히 다시 만난 상황을 경쾌한 리듬에 담았다. 설운도가 곡을 만들고 우연이가 특유의 힘 있는 목소리로 소화하면서 오랜 무명 생활을 끝내는 전환점이 됐다. 두 사람의 협업이 작곡가와 가수 모두에게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남은 셈이다.
김혜연의 "서울 대전 대구 부산"은 지역 이름을 반복하는 독특한 후렴과 빠른 리듬으로 인기를 끌었다. 서판석이 가사를 쓰고 정의송이 작곡한 이 노래는 1995년 발표돼 김혜연을 전국적으로 알린 대표곡이 됐다. 당시 20대 후반이던 정의송에게도 작곡가로서 이름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설운도의 "다함께 차차차"는 작사가 김병걸과 작곡가 이호섭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이별의 슬픔을 흥겨운 차차차 리듬으로 풀어낸 곡으로, 설운도의 힘 있는 가창과 만나 대중적 성공을 거뒀다. 이호섭은 이후 다수의 트로트 히트곡을 만든 작곡가로 활동했으며, "다함께 차차차"는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가수 영탁과 장민호의 만남에서는 시대의 언어를 반영한 새로운 트로트가 나왔다. 2020년 발표된 장민호의 "읽씹 안읽씹"은 메시지를 읽고도 답하지 않는 상황을 소재로 삼은 댄스 트로트다. 영탁이 단독으로 만든 곡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공식 음원 정보상 영탁과 지광민이 공동으로 작사·작곡했으며 영탁이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장민호는 경쾌한 리듬과 익살스러운 표현으로 곡의 성격을 살렸다.
이들 노래는 발표 시기와 음악적 색깔은 다르지만 창작자의 구상과 가수의 해석이 맞아떨어졌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다만 온라인에서 공유되는 명곡 소개 자료에는 공동 작사·작곡자나 원곡 가수, 발표 시기 등이 빠지는 경우가 있어 공식 음원 정보와 음반 기록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