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들의 주식 평가액이 약 석 달 반 만에 182조원 넘게 줄었다. 감소액의 70% 이상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서 발생해 대형 반도체주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하락장에서 위험 요인으로 작용했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난 6월 30일과 10월 15일 기준으로 지분 5% 이상을 보유해 공시한 상장사 287곳의 주식 평가액은 10월 15일 현재 333조5330억원으로 추산됐다.
지난 6월 말 평가액 515조9293억원과 비교하면 182조3963억원, 비율로는 35.3% 감소한 규모다. 관련 집계에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평가액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24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다만 이번 수치는 국민연금이 5% 이상 보유해 공시한 종목의 주가와 지분 변동을 반영한 평가액 비교다. 국민연금 전체 기금의 운용손익이나 주식 매각으로 확정된 손실과는 구분해야 한다. 지분율이 5% 아래로 내려가 공시 대상에서 제외된 종목과 해외 주식, 채권 등 다른 자산도 포함되지 않았다.
평가액 감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SK하이닉스 주식 평가액은 74조2261억원 줄었고, 삼성전자는 56조8710억원 감소했다. 두 종목의 감소액을 합하면 131조971억원으로 전체 감소분의 71.8%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33만4000원에서 21만원으로, SK하이닉스는 265만원에서 126만2000원으로 하락했다. 인공지능 산업의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와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겹치면서 반도체와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확대된 영향을 받았다.
반도체 관련 종목의 평가액 감소도 이어졌다. SK스퀘어에서는 10조8698억원, 삼성전기에서는 7조5914억원이 줄었다. 전체 조사 대상 287개 종목 가운데 평가액이 감소한 종목은 176개였다.
반면 주가가 오르거나 국민연금이 보유 지분을 늘린 일부 종목은 평가액이 증가했다. SK이노베이션의 평가액 증가분이 9041억원으로 가장 컸고 에쓰오일 7107억원, LG에너지솔루션 5808억원, 한화솔루션 4347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국민연금의 지분 5% 이상 보유 종목은 6월 말 270개에서 10월 15일 274개로 늘었다. 이 기간 자이에스앤디와 파마리서치, DN오토모티브 등 17개 종목이 새로 공시 대상에 포함됐고, LG디스플레이 등 13개 종목은 지분율이 5% 아래로 내려갔다.
보유 지분을 확대한 종목은 84개, 축소한 종목은 82개로 집계됐다. GS건설 지분율은 7.82%에서 12.88%로, 현대해상은 9.42%에서 12.37%로 높아졌다. 파라다이스는 12.33%에서 8.39%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0.27%에서 6.56%로 낮아졌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지분 축소 흐름이 상대적으로 뚜렷했다. 지분율을 높인 84개 종목 가운데 코스닥 기업은 7개였지만, 지분을 줄인 82개 종목 중에서는 코스닥 기업이 21개를 차지했다. 덕산하이메탈과 올릭스는 지분율이 5% 아래로 내려가 공시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민연금은 장기 투자와 자산 배분을 원칙으로 운용되는 만큼 단기간의 평가액 감소만으로 전체 성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형 반도체주의 비중이 높아진 상황에서 특정 업종의 급락이 기금 평가액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핵심 과제로 남았다.
백설화 선임기자